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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이야기] 하루 술 적정량은? 남성은 석 잔, 여성은 두 잔

중앙일보

입력

술과 담배만큼 건강에 해로운 요인으로 손꼽히는 것이 있을까. 그러나 담배와 함께 술이 거론되는 것은 술의 입장에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담배가 백해무익한 반면 술은 선용할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보도한 내용을 살펴보자. '알코올로 죽는 사람보다 사는 사람이 더 많다'란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영국 런던위생열대의대의 연구 결과 영국에서 해마다 1만3000여명이 술로 숨지는 반면 1만5000여명이 술로 생명을 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죽은 1만3000명과 산 1만5000명의 차이는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이 마신 술의 양이다. 적정량의 알코올은 건강에 도움이 됐지만 과음은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했다. 흔히 알고 있듯 술의 종류나 혼합방식과는 무관하다.

하루 30g 이내의 알코올은 심장병 예방 등 건강에 도움이 된다. 특히 신체검사에서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고밀도지단백(HDL) 수치가 낮은 사람은 일부러라도 소량의 술을 마시는 것이 좋다.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지단백(LDL)은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것으로 낮출 수 있지만 HDL을 올리기 위해선 음식보다 소량의 술과 운동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술은 주종에 관계없이 한 잔에 대략 10g의 알코올이 들어있다. 독한 술일수록 잔의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알코올 농도를 따지는 등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하루 석 잔까지는 마시면 좋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에서도 남성의 경우 하루 넉 잔 이상, 그러니까 1주일에 28잔 이상 술을 마신 사람에게서 사망률이 급증했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여성은 유전적으로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효소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건강에 도움을 주는 적정 음주량은 하루 두 잔 이내다. 여성의 경우 1주일에 21잔 이상(하루 석 잔꼴) 마신 그룹부터 사망률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성적 능력을 고취하기 위해 일부러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알코올은 소량이라도 발기 등 성적 능력을 떨어뜨린다. 흔히 조루 예방을 위해 술을 마신다는 사람도 있다. 알코올이 성 중추를 둔감하게 만들어 사정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발기가 안되는데 조루 예방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성기능장애를 가진 분이라면 술이 독약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다음날 업무를 생각한다면 간이 알코올 10g을 처리하는 데 대략 1시간30분이 걸린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만일 밤 9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해 다음날 아침 9시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면 12시간 동안 알코올 80g을 처리할 수 있으므로 여덟 잔이 마지노선이다.

취하지 않게 마시면 되겠지 싶지만 그것도 아니다. 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취하느냐 취하지 않느냐보다 마신 알코올의 총량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마신 술은 결국 취하느냐 여부에 상관없이 간에서 모두 처리해야 한다. 예컨대 자신의 주량이 소주 두 병이라면 차라리 한꺼번에 두 병을 마시고 취하는 것이 세 차례에 걸쳐 한 병씩 나눠 마시면서 취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숙취해소를 위해서라면 음주 전후에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한다. '술은 물로 다스려라'란 의학격언도 있다. 두통 등 과음 후 나타나는 숙취는 대부분 소변으로 수분을 강제 배설시키는 알코올의 탈수작용 때문이다. 물은 덜 취하는 것도 돕는다. 혈액량을 늘려 혈중 알코올 농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꿀물 등 당분을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다. 당분은 알코올로 찌든 뇌의 활력을 가장 빨리 되찾게 하는 영양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커피나 사우나는 탈수를 부추기므로 피해야 한다.

술의 종류에 따른 건강효과도 알아두자. 소량씩 규칙적으로 마시면서 혈관을 맑고 깨끗하게 유지하고자 하면 적포도주가 좋다. 알코올의 혈관정화 작용 이외에 적포도주 특유의 색소 성분이 노화를 강력하게 억제하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에선 병원에서 심장병 환자들에게 적포도주를 약처럼 처방하기도 한다. 그러나 술자리에서 오랜만에 마음껏 취하되 다음날 개운하고 싶다면 적포도주는 좋지 않다. 숙취를 가장 강력하게 유발하는 술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가장 좋은 술은 보드카나 진처럼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투명한 증류주다. 술도 알고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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