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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 세포 움직임 X선으로 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생명체의 기본단위는 세포다. 이 세포가 DNA의 변화 등으로 이상 증식을 하게 되면 의사들은 암 덩어리가 되어서야 암이 진행 중임을 확인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수㎜ 정도로 커져야만 조직검사 등을 통해 암세포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세포가 암세포로 변화하기 직전의 이상 조짐을 잡아낼 수는 없을까. 나노m(1㎜의 100만분의 1) 단위로 체내의 세포를 샅샅이 관찰할 수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지금까지 X선.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은 수㎜ 단위로 보는 데 그쳤다.

과학기술부는 있는 그대로의 세포를 체내에서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들어갔다. 과기부는 최근 '방사선진흥종합계획'을 확정짓고 그 가운데 '나노급 방사선 의료 영상 시스템'을 포함시켰다. 차세대 핵심 의료영상기술이다.

포항공대 제정호(신소재공학과)교수가 이 시스템 개발을 맡았다. 제교수는 지난달 조영제 없이 살아있는 쥐의 미세한 혈관을 X선 촬영하는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최근에는 모기의 내부구조를 X선으로 촬영해 동영상으로 얻는 데 성공했다.

본래 X선 촬영은 X선에 조사된 물질의 흡수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뼈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허파가 희미하게 나타나는 것도 흡수되는 정도가 기관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제교수는 X선의 흡수 성질이 아닌 물질과 반응할 때 꺾이는 현상(회절과 굴절)을 이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X선의 성질을 나타내는 파동곡선이 거의 동일해야 한다. 학술용어로 '위상이 같다'고 표현한다.

이 같은 균일한 X선은 방사광으로부터 매우 작은 점을 통해 튕겨나온 전자를 금속판에 쏘아 얻을 수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X선은 파동곡선이 뒤죽박죽이어서 결과를 해독하기 어렵다.

제교수의 X선은 1000분의 1초 이하로 구분이 가능해 동영상도 얻을 수 있다. 세포에 미세한 물질이 유입되고 필요한 단백질이 생성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게 된다.

제교수는 "병원에서 세포를 고배율로 확대해 나노단위까지 보기 위해서는 X선 광학렌즈와 병원에서 사용 가능한 소형의 특수 X선 발생장치를 개발해야 한다"며 "개발이 완료되면 혈관의 노화과정, 암세포의 성장, 암세포 극초기 진단 등에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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