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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60만명 목숨 앗는 독감처럼?···끈질긴 코로나, 시나리오 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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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며 '긴 터널의 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늘기만 하던 감염자 수도 꺾이면서 일상으로의 복귀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네이처, 전세계 전문가 '포스트 팬데믹' 설문 #89%는 "풍토병 될 것"…"종식"은 6% 그쳐 #'면역에 저항하는 변이' 등에 종식 어려워 #"감기·독감·홍역 등 세가지 형태 중 하나"

하지만 지금같은 팬데믹(대유행)이 잦아들더라도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란 게 대부분 과학자의 견해다. 지금보다 위험은 좀 덜하지만 ‘풍토병’으로 우리 곁에 남을 것이란 얘기다.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전 세계 감염병 전문가 119명을 대상으로 '포스트 팬데믹'에 대해 물었더니 89%는 "코로나19가 어떤 형태로든 사라지지 않고 풍토병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본 응답은 6%에 불과했다. 나머지는판단을 유보했다.

팬데믹 미래 코로나19가 풍토병이 될 가능성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팬데믹 미래 코로나19가 풍토병이 될 가능성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마이클 오스터홀름 미네소타대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달과 이어지는 다리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만큼이나 비현실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19와 같은 '동물 매개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진 경우는 역사상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형태로 남느냐다.

네이처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코로나19가 풍토병이 될 경우 크게 세 가지 양상 중 하나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기 유형, 독감 유형, 그리고 홍역 유형이다. 

코로나19 네 가지 시나리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코로나19 네 가지 시나리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첫 번째 가능성은 흔하게 앓고 지나가는 감기처럼 일상의 가벼운 질환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람이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코로나19를 포함해 총 7가지다. 이 중 OC43, 229E, HKU1, NL63 등 4종류는 모두 가벼운 감기를 일으키는 유형이다.

미 에모리대 감염병 연구원인 제니 라빈은 “가벼운 감기의 원인인 4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면 생기는 면역 체계는 금방 약해져 재감염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다”며 “하지만 감염이 중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충분히 방어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도 한번 생긴 면역 체계가 재감염을 원천적으로 막지는 못해도, 증세를 크게 약화시킬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백신이나 감염으로 한번 면역 체계가 갖춰지면 매년 백신을 맞을 필요는 없다.

두 번째는 계절성 독감처럼 매년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다. 독감은 감기보다 증상이 심해 매년 전 세계에서 6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변이도 거의 매년 일어난다. 겨울마다 새로운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도 이미 갖춘 면역 체계를 무력화하는 변이과정을 통해 중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남을 수 있다.실제로 바이러스의 침투 경로인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일어난 남아공발 변이는 이미 일부 백신의 효능을 크게 떨어뜨리기도 했다.

세계적 암연구센터인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의 제시 블룸 생물학자는 “코로나19가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결국 계절성 독감처럼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엔 중증으로 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 독감처럼 주기적으로 새로운 백신을 맞아야 한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유행병 형태로 남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라졌지만, 드물게 다시 등장하는 홍역 같은 형태다.

크리스토퍼 다이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백신으로 일부 국가에선 바이러스가 사라져도, 백신이 충분히 보급되지 않거나 보건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코로나19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풍토병으로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이처럼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그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려면 ^면역력이 저하되지 않고 영구히 지속하고 ^면역체계를 피하는 변이가 일어나지 않아야 하며 ^동물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잔존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네이처는 이 셋 중 하나라도 코로나19가 해당하지 않는다면 바이러스는 결국 어떤 형태로든 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풍토병이 된다면 요인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풍토병이 된다면 요인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특히 이미 사례가 나오고 있는 '면역 체계에 대항하는 변이', '면역력 저하'가 코로나19를 풍토병으로 남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내놓은 모더나와 화이자 등도 백신의 면역 효과를 1~2년 정도로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어떤 풍토병의 형태로 남더라도 지금처럼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지구촌 전체가 봉쇄되는 상황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기대다. 이미 백신의 예방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새로운 백신과 치료제도 빠르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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