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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과 오리지널 금, 그 엇갈린 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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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과 비트코인. 비트코인 주화는 가상자산을 보여주기 위한 비주얼.

금과 비트코인. 비트코인 주화는 가상자산을 보여주기 위한 비주얼.

파죽지세. 최근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이렇다. 암호화폐 전문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8일 장중 5만2531달러(약 5776만원)까지 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5만 달러를 돌파한 지 이틀 만이다.

5만 달러 가뿐히 넘은 비트코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비트코인에 손 담그기 시작했다” #JP모건은 “상승세 멈출 것” 신중 #개인투자자엔 변동성 유의 당부 #인플레 경고에도 맥못추는 금값 #올들어 6.5% 하락, 8개월 만에 최저 #코로나시대 안전자산으로 떴다가 #미 국채금리 상승으로 시들해져 #“연말까지 온스당 1800달러 밑돌 것”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팔, 신용카드사인 마스터카드는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의 투자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미국 뉴욕 월가에 있는 금융회사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테슬라처럼 비트코인 상승세에 편승할 것인지, 거품으로 볼 것인지 판단이 엇갈린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비트코인 투자를 선택했다. 이 회사의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릭 리더는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에 손을 담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훨씬 많은 현금을 갖고 있다”며 “현금 자산의 일부를 암호화폐로 보유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블랙록은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이 회사의 펀드 중 두 개의 잠재적인 투자 대상으로 비트코인을 추가했다고 전했다.

18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8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월가의 투자은행인 JP모건은 비트코인 투자에 신중한 입장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 회사의 니콜라스 파니지르조글루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재의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는 지속할 수 있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의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의 투기적 거래가 늘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말 이후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7000억 달러 늘었지만 주요 기관 투자가의 자금은 110억 달러 유입에 그쳤다고 설명한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스카이브릿지 캐피털의 창업자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5억 달러가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며 “올해 말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는 비트코인의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2017년 2만 달러까지 올랐다가 2018년 80%나 급락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5만달러에 육박한 비트코인 값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코인데스크]

5만달러에 육박한 비트코인 값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코인데스크]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가 높아진 데다 유동성이 범람하는 시장 환경”이라며 “암호화폐로 돈이 몰리는 건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본격적인 투자 대상이 되려면 적절한 가치 평가와 가격 안정성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의 최대 수혜자로 여덟 명을 꼽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미국의 힙합 스타 제이지 등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원유와 구리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뛰고 있지만 금값은 오히려 내리고 있다. 금은 대표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방어 자산이란 말도 무색해졌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의 움직임과도 거리가 있다.

금값 강세장 막 내리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금값 강세장 막 내리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1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772.8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6월 19일 이후 약 8개월 만에 가장 낮아졌다. 금값은 올해 들어 6.5% 하락했다. 지난해 8월에 기록한 최고가(온스당 2069.4달러)보다 16.7% 내렸다. 한때 일부 투자은행들이 “금값 3000달러 시대가 온다”며 금값 강세론에 불을 지피던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2018년 9월 온스당 1200달러대였던 금값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등을 거치며 강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안전자산’이란 금의 속성이 부각됐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물가 상승을 방어할 수 있는 자산으로 금을 찾는 수요가 많아지며 금값을 끌어올렸다.

최근 금값 하락의 이유 중 하나는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이다. 지난해 8월 역대 최저(연 0.51%)를 기록했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7일 장중 연 1.33%까지 상승했다. 금은 이자가 없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의 관심이 줄어든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올해 말까지 금값이 온스당 1800달러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앞으로 2년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연간 2%를 약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금값을 현재보다 크게 올릴 만큼 강한 인플레는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앞으로 금값을 전망하려면 명목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 금리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명목금리가 연 1%일 때 물가 상승률이 연간 1.5%라면 투자자 입장에서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가 된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는 것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오르면 금값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 유가 폭락의 기저 효과로 올해 3~4월 기대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뉴욕상품거래소에선 국제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3~4월 국제 유가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황 연구원은 설명한다.

17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61.14달러에 거래돼 1년 1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만 놓고 보면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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