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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 항의 집회에 걸린 감동의 현수막 “우리 경비원을 돌려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18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들이 해직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18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들이 해직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 9명이 설날을 앞두고 억울한 해고를 당했다며 보름 넘게 복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단지 내에는 입주민들이 마련한 “우리 경비원을 돌려주세요”라는 플래카드가 이들을 응원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 경비원들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비뿐 아니라 청소, 제설, 환경미화 등 열정을 다해 일해왔을 뿐인데 전원 해고를 당하고 나니 사용하다 버려지는 쓰레기가 된 기분”이라며 “복직이 되는 날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말 경비용역업체로부터 올 1월 31일 자로 근로계약이 만료된다는 통보를 우편으로 받았다. 관리실이나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는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고, 관리과장의 “미안하게 됐다”는 말 한마디가 전부였다고 한다.

새로운 경비용역업체에 몇 명이라도 고용 승계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원 해고 통보를 받은 경비원들은 지난 1일부터 아파트 단지 내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말 경비원 한 명이 퇴근 후 1시간도 되지 않아 뇌졸중으로 쓰러졌으나 산재 치료는커녕 곧바로 해고됐고 이후 인원 보충 없이 일을 해왔다”며 “면담이나 차 한잔 없이 내팽개치는 것이 명품 아파트라는 이곳 관리실의 현주소”라고 호소했다.

집회가 진행되면서 입주민들의 따뜻한 손길도 이어졌다. 성금 100만원을 전달하거나, 식비를 지원해주는 주민도 있었다. 경비원들은 “‘우리 경비원 돌려주세요’ 라는 플래카드 제작해 주신 주민분, 참으로 감사하고 눈물 난다”며 “출근길에 차창을 열고 엄지를 치켜세워 주시며 격려해 주시는 많은 주민이 계시기에 해직이 되었어도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집회를 통해 완전 복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시작했으니 끝까지 투쟁해 보겠다”며 입주민들을 향해 “짜증 나고 시끄럽고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전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경비원들이 순찰 등 기본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입찰에 응한 19개 업체 가운데 1곳을 새로운 경비용역업체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oy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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