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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뿌리서 항암효과 물질 확인

중앙일보

입력

경희대와 미국 존스홉킨스대 간의 '한의학 분야 학술 교류협정'을 계기로 우리나라 전통의학이 미국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한의학이 일부 미국에 소개된 적은 있으나 대학 내에 한방 병원과 교육담당 기구를 설치해 이곳 의사들에게 한의학을 가르치고 공동 임상연구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 20일 양측은 협정을 마치고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경희대 한의대가 대체의학센터장인 아드리안 돕스 등 미국 대표단에 우리의 한방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 포도 뿌리는 항암제
동서의학대학원 김성훈 교수는 "포도나무 뿌리에서 항암 효과가 있는 헤이네아놀 A라는 물질을 분리했다"며 "동물 실험에서 폐암과 백혈병 치료에 유용한 성분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포도의 껍질.씨에 노화의 원인인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레스베라트롤)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다. 그러나 포도 뿌리에서 건강 성분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 김교수는 "포도 뿌리 추출물을 항암제로 허가받기 위해 임상시험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김교수는 또 아가리쿠스 버섯.진피.백출.당귀.감초.백복령 등 여섯가지 생약을 써 만든 보정방암탕이 동물실험에서 암이 간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 비만은 홍삼과 귤껍질로
한방재활의학과 송미연 교수는 "홍삼.진피(귤껍질).뽕잎.율무.숙지황 등을 포함하는 한방 체중 감량제를 비만 여성에게 6주간 제공한 결과 몸무게가 평균 2.9㎏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지방 중량 1.5㎏, 허리 둘레 3㎝, 체지방률은 1%나 줄어들었다는 것.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토대로 한방 살빼는 약을 상품화할 예정이다.

그는 "비만을 단순히 열량 섭취의 불균형 상태로만 여겨선 안 된다"며 "비만은 신진대사가 저하된 상태이므로 이를 높여줘야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기혈의 원활한 순환을 회복시켜야 비만이 해소된다는 것이다.

◆ 한국 침법과 중국 침법은 다르다
침구과 이상훈 교수는 한국 침법과 중국 침법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400여년 전 사암도인이란 스님이 창안한 사암침법은 팔.다리의 경혈에 침을 놓는 것이 특징이다. 몸통 등 아픈 부위에 직접 침을 놓는 중국 침법과 다른 점이다.

1970년대에 한 한의사가 개발한 태극침법은 사상의학과 일반 침구학 이론을 결합시킨 침법이다.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통증 등에 효과적이다.

이교수는 "한약과 침을 결합한 약침요법(침으로 소량의 한약 추출물을 경혈에 주입)과 벌독을 경혈에 주입하는 봉독요법도 서구에서 통할 만한 우리 고유의 침술"이라고 조언했다. 또 봉독요법은 소염.진통 효과가 있어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에 유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만성 질환에 효과가 있는 뜸도 연기.냄새.화상 등 부작용을 해결하면 서양에서 크게 인기를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 뜸과 피부 사이에 링을 놓아 화상을 막는 간접 구(灸)와 연기가 없는 무연 쑥뜸기를 적극 권장했다.

◇ 존스홉킨스大 대체의학 센터는

2000년에 설립된 대체의학센터는 교수 등 40여명의 연구원을 확보하고 있다. 역사가 짧아 아직 기초 연구에 주력한다. 아드리안 돕스 센터장은 "이르면 내년부터 외래 환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단은 최근 오메가-3 지방(불포화지방의 일종)에 대한 연구를 대표적인 성과로 꼽았다.

생선 기름을 암 환자에게 제공하면 체중 감소와 근육 감퇴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돕스 센터장은 "이는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면역능력을 증강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자리를 함께한 폴 리트먼(소아과) 교수는 보완.대체의학 영역에서 한의학은 매우 소중한 존재라며,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침구학 전공 동양의학자를 채용했다"며 "침술을 이용해 무릎 수술 뒤 통증을 줄이고, 허브를 써서 전립선암을 예방.치료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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