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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싫어한 1t동상 사라졌다…'필리핀 위안부상'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7년 12월 필리핀 마닐라에 설치된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 이후 동상은 2018년 4월 긴급 철거됐다. [로이터=연합뉴스]

2017년 12월 필리핀 마닐라에 설치된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 이후 동상은 2018년 4월 긴급 철거됐다. [로이터=연합뉴스]

필리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14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필리핀 마닐라에 설치됐다가 지난 2018년 철거된 뒤 옮겨갈 장소를 물색하던 중 사라진 것이다.

동상을 보관하고 있던 건 한 작가다. 현지 NGO 단체가 새로운 설치 장소를 찾는 동안 수리를 겸해 보관을 요청했다. 그런데 사라진 동상과 함께 작가도 연락 두절 상태다. NGO 단체 관계자는 "작가와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았을 때 그는 '동상을 도난당했다'고 말했다"면서 "무게가 1t에 달해 일반인이 훔쳐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마닐라 베이 인근 거리에 설치돼 있던 이 동상은 지난 2018년 4월 철거됐다. SCMP는 당시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를 한 달 앞두고 일본 측의 요구에 따른 조치였다고 SCMP는 전했다. ADB는 일본이 주도하는 국제 원조 은행으로 필리핀은 이 원조 자금의 주요 수혜국이다.

2018년 4월 필리핀 마닐라의 위안부 동상이 세워졌던 장소에 잔해가 남아있는 모습. [교도통신=연합뉴스]

2018년 4월 필리핀 마닐라의 위안부 동상이 세워졌던 장소에 잔해가 남아있는 모습. [교도통신=연합뉴스]

앞서 2018년 1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마닐라에 위안부 동상이 세워지자 노다 세이코 총무상을 마닐라로 보내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우려스럽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반발을 무릅쓰고 동상 철거를 지시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동상은 표현의 자유이지만, 정부가 다른 국가에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설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동상이야 어디든 세우면 된다"고 밝혔다. 동상이 작가의 작업실로 가게 된 배경이다.

SCMP는 이런 철거 배경에다 높이 2m, 무게 1t의 청동상을 중장비 없이 가져가긴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가 가져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2017년 12월 필리핀 마닐라만 인근 도로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이 건립됐다. 사진은 제막식 당시 모습. [사진 신화망]

2017년 12월 필리핀 마닐라만 인근 도로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이 건립됐다. 사진은 제막식 당시 모습. [사진 신화망]

두테르테 정부는 ADB의 지원과 함께 일본의 공적개발원조(ODA) 자금도 받고 있다. ADB에서는 지난해까지 70억 달러(약 7조7000억원) 규모의 개발 자금을 받았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임 정부가 받은 원조액의 2배 가까운 규모다. 또 2019년 한 해 일본으로부터 85억 달러(약 9조9000억원)에 달하는 ODA 자금을 받았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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