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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억제 위해 원전 늘려야" 빌게이츠의 기후 재앙 솔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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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후 변화 해법을 담은 책을 출간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사진 John Keatley]

기후 변화 해법을 담은 책을 출간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사진 John Keatley]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도 도구의 하나로 추구해야 한다." 빌 게이츠(66)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말이다. "세계 인구 증가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에 부응하고, 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 억제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면서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테라파워의 4세대 원자로를 언급하며 "원자로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기를 바란다"고 했다.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출간, 빌 게이츠 인터뷰 #개발 중인 4세대 원자로 매우 안전 #사람들 핵발전에 대해 마음 열려야

 빌 게이츠는 기후 변화 해법을 담은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김영사) 출간에 맞춰 지난달 말 중앙일보 등 아시아·호주 지역의 12개 매체와 화상 간담회를 열었다. 빈곤지역 보건과 교육사업을 지원하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이사장인 그는 기후 변화 대처 방안의 하나로 핵발전을 꼽으며 "현재 원자로는 사전에 모든 걸 시뮬레이션하고 건설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전력원보다 안전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지구 온난화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핵분열 방식 발전은 물론, 한국 등이 참가해 공동개발 중인 핵융합 발전, 평소 남는 전기를 저장했다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그리드 스토리지(전력망 에너지 저장설비) 혁신, 이 세 가지 모두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구 온난화 흐름을 되돌리지 못한다면 인류 전체가 재앙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한 해 510억t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전력 생산, 제조업, 교통수단 등 배출원에 따른 온실가스 절감책, 혁신의 방향 등을 책에서 소개했다. '그린 프리미엄'을 줄이자는 게 핵심. 가령 온실가스 배출 없는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할 때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꾸준히 낮춰 시장에서 친환경이 채택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게이츠 이사장은 자신은 낙관주의자라며 온실가스 배출 제로 달성이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점이 사람들이 내 책에서 가장 가져가기를 바라는 부분"이라고 했다.

  -수많은 혁신 기술 가운데 게임 체인저가 될 만한 기술은 어떤 것인가.
 "육식 자제, 토지 이용, 항공 연료 대체 등 기후변화을 완화시키는 12가지 기술적 돌파구가 있을 수 있다. 하나만 꼽자면 무척 싼(super cheap) 녹색수소와 녹색 전력을 동시에 얻는 것이다.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마술적 방법이다. 기후변화는 팬데믹과 달리 어떤 한 나라가 특별히 잘 대처하기도 어렵다. 공기와 온난화의 열기가 섞이고 기상 이변이 어디서나 발생해서다. 그런 점에서 기후 변화는 인류의 협력 능력의 시험대다."

 -책에서 핵발전소를 추가 건설하지 않는 이상, 상당한 온실가스 배출원인 전력망의 탈탄소화는 이루기 어렵다고 했는데, 한국과 독일은 핵발전 포기 정책을 택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처는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선진국들은 지난 10년간 전력 생산 능력을 키워 왔고, 어떤 나라들은 2050까지 지금보다 2.5배의 전력을 더 필요로 한다. 지금으로선 수력발전이 가장 큰 녹색 에너지원인데 규모를 키울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원자력은 또 다른 녹색 에너지원이지만 많은 나라에서 논쟁적이다. 내가 2010년 설립한 테라파워에서 개발 중인 4세대 원자로는 원자로를 과열시키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원자로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기를 바란다."

 그는 '테라파워'와 관련, "실내 시설이라 날씨에 영향받지 않고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며 "테라파워는 우리가 그리드 배터리라는 저장 설비의 기적을 이루지 못할 경우 전체 청정에너지 구성에서 중요한 부분이 돼야 한다"고 했다. "배터리 영역에서 물리적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믿을 수 없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현재 테라파워는 미국에서 컴퓨터 안에서만 시험(demo) 원자로를 만들고 있는데 다행히 40억 달러 펀딩에 성공했다. 잘되면 5년 안에 원자로가 현실화된다"고 했다.

 -비행기에도 사용할 배터리 기술의 혁신은 언제쯤 가능할까.
 "배터리는 두 종류가 있다. 전기차 등 교통수단용과 '그리드 스토리지'(전력망의 남아도는 전기를 저장)용이다. 그리드 스토리지 배터리를 만드는 건 20배쯤 더 어렵다.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나는 배터리 회사 여러 곳에 투자했는데 그중에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라는 회사는 최근에 상장한, 괜찮은 자동차 배터리 회사다. 이 회사의 배터리는 기존의 리튬이온보다 자동차의 주행 거리를 두 배쯤 늘릴 것이다. 향후 10년간 승용차는 지금보다 더 저렴하게 더 빨리 충전해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을 것이다. 승용차 연료비의 그린 프리미엄이 제로로 떨어질 거라고 내가 주장하는 이유다."

 -기후변화 대처에서 부국이 빈국을 도와야 하나.
 "나는 해외 원조 옹호론자다. 부유한 나라에 갈 때마다 해외 원조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부유한 나라의 개도국에 대한 그린 프리미엄 지원이 수조 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지만, 기술 발전으로 현재 수준의 그린 프리미엄을 95% 줄일 수 있다면 그때는 가난한 나라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를 극복하려면 결국 성장만을 추구하는 현재 경제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 아닌가.
 "문제는 우리의 에너지원 사용 방식을 이제까지와 다르게 개혁하느냐, 아니면 지구 광물을 마구 파내 쓰느냐다. 우리는 석탄의 일종인 코크스를 사용하지 않고 처녀강(virgin steel)을 생산하는 방법을 아직 모른다. 코크스 사용 공법은 극단적으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나는 우리가 어떻게 녹색 철강을 생산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불러주려는 게 아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코로나, 지구적 불평등 문제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전망하나.
 "아내 멀린다와 함께 대통령 선거 직후 바이든 당선자와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기후변화와 코로나 팬데믹에 대해 주로 대화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정책 네 가지 가운데 환경 문제에 책정한 재정 규모가 매우 인상적이다.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들에게 내 책을 보냈다. 내 책이, 우리가 환경 문제에 관해 충분히 노력하지 못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혁신 어젠다가 우리를 최선의 희망으로 이끈다. 많은 공화당 사람들이 환경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기업들이 이득을 얻는다는 점을 안다."

 ◇빌 게이츠=1975년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이 1200억 달러가 넘는 최고 부자 가운데 하나다. 2000년 은퇴한 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등을 통해 전 세계적 규모의 자선활동을 하고 있다. ‘획기적 에너지 연합(Breakthrough Energy)’이라는 투자 펀드를 설립해 기후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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