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른한 살이 된 수는 중국 대도시 광저우의 한 무역회사에서 일하는 커리어우먼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서른 전에 결혼을 못 하면 어떡하지' 발을 동동 구르던 그녀, 지금은 여유롭다.
"그땐 서른이 되기 전 결혼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렸는데, 이젠 더이상 걱정하지 않아요. 지금이 좋으니까요."
미국 CNN이 중국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가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을 다루며 소개한 사례다.
중국에서 결혼을 피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9년 중국의 혼인율은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3년에 비해 무려 33%나 떨어졌다. 초혼 연령도 높아졌다. 여성의 경우 22세(1990년)에서 25세(2016년)로 높아졌는데, 대도시의 경우 더 늦게 결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출산율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물론, 젊은 세대가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은 중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CNN은 "지난 수십 년간, 특히 서구 국가들에서 혼인율은 감소했다"면서도 "한국이나 일본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혼인율이 높은 중국이었기에 눈길을 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결혼을 피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중국 정부에서 1979년부터 시행한 '한 자녀 정책'의 여파란 분석이 나온다. 결혼 적령기 인구 자체가 감소했단 얘기다. 또 아들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한 자녀 정책'이 시행된 탓에 심각한 성비 불균형을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혼 적령기의 남성이 여성보다 3000만 명 정도 많기 때문이다.
CNN은 "무엇보다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이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일자리를 갖게 된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며 굳이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단 설명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남성들이 가사와 육아에 집중할 수 있는 여성을 찾는다는 점이 문제라고 방송은 짚었다. "현재 중국의 젊은 여성들은 기존 세대와 달리 '성 불평등'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으며, 자기계발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기업 문화 문제도 있다. CNN은 "중국 젊은이들은 직장에서 매우 오랜 시간 근무하며, 높은 압박을 받는다"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고 전한다.
마지막으로, '돈'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여전히 많은 중국인들이 결혼할 때 집을 마련하는 것을 필수 요건으로 여기는데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이다.
혼인율이 떨어지자 중국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년간 전문가들이 경고해 온 '인구 위기'가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결혼한 부부에게 아이를 가지라고 권유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출산휴가 기간을 연장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에선 보조금 지급까지 하며 출산율 높이기에 열을 올리는 형편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정책들이 혼인율을 높일 수 있을까.
CNN은 "근본적인 문제인 '성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만을 강요하면 오히려 더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짚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