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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복제혁명 3D서 시작됐다

중앙일보

입력

23일 오전 5시40분 관악산 밑 서울대 수의대 건물. 석사 3학기생 권대기(27)씨가 묵직한 가방을 들고 연구실에서 나온다. 소.돼지의 난자를 채취하러 서울 가락동 도축장으로 가는 참이다.

줄기세포 복제기술로 세계적 유명 인사가 된 황우석 교수팀은 총 40명. 대학 실험실치곤 규모가 큰 편이다. 하지만 매일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새벽부터 작업에 나서도 일손은 늘 달린다. 가락동에선 오전 7시 소.돼지 도살이 시작된다. 죽음을 앞둔 짐승들의 비명과 피냄새로 아비규환이다.

목이 없이 거꾸로 매달려 이동 중인 돼지에서 도축장 직원들이 내장을 들어낸다. 피를 씻어내는 더운 물과 내장이 빠져나간 돼지 몸통에서 피어나는 김이 자욱하다.

權씨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아직 꿈틀거리는 내장 더미에 손을 처박는다. 암컷의 내장을 골라내 가위로 난소 두개를 잘라 준비해 온 식염수에 담근다.


▶ 난자에 체세포를 주입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황우석 교수

새벽의 난소 채취는 연구팀 전원이 돌아가며 한다. 여성이라고 봐주는 법이 없다. 박사 1학기째인 전현용(27.여)씨는 "처음엔 고개를 푹 숙인 채 바닥만 보고 일했죠. 이제는 커피를 마셔가며 일하기도 하지만 지금도 순대나 곱창은 안 먹어요"라고 말한다.

오전에는 채취해 온 난소에서 쓸 만한 난자를 떼어낸다. 하루 1200~1500개꼴이다. 소의 난자는 인큐베이터에서 20~22시간, 돼지는 40~44시간 배양한 뒤 이 중 60~90%를 골라 복제배아로 만든다.

복제배아를 만드는 과정은 손기술이 중요하다. 400~800배 현미경을 보며 유리관으로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유전자 조작을 가한 체세포를 넣는다. 폐기할 난자로 2~6개월간 '눈이 빠지도록' 훈련해야 비로소 이 작업을 할 수 있다.

아침 겸 점심으로 음식을 배달시켜 먹은 뒤 돼지복제팀원 중 7명은 실험복으로 갈아입는다. 오후 1시30분 충남 홍성 돼지농장으로 출발한다.

돼지우리 근처에서부터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악취가 진동한다. 우리 안에는 70여마리의 돼지가 울어댄다.연구원들이 암퇘지 한마리를 가까스로 붙잡아 수술대에 올린다. 마취시킨 뒤 소독약 등으로 배를 닦아낸다. 黃교수가 직접 메스를 잡고 돼지의 배를 세로로 10cm쯤 죽 가른다. 난관을 찾아내 준비해 온 복제배아 192개를 주입한다.

"이들 복제배아는 모두 똑같은 유전자를 가졌습니다"고 黃교수가 설명한다. 이 중 116일 뒤 나오는 새끼는 다섯마리 이내다.

연구팀이 서울대에 도착하니 오후 6시가 넘었다. 특별히 바쁘지 않으면 연구실 불은 오후 11시쯤 꺼진다. 세계적인 연구성과는 이런 3D(dirty.dangerous.difficult)환경 속에서 20여년간 새벽 도축장을 드나든 끝에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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