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류독감·뉴캐슬병·광우병…고기 먹어도 될까?

중앙일보

입력

회사원 정모(경기 안양.29)씨는 요즘 고기 먹기가 꺼림칙하다. 닭.오리고기를 먹자니 조류 독감, 쇠고기를 먹자니 광우병, 돼지고기는 돼지콜레라가 마음에 걸린다.

반대로 "소비자 기피로 고기 값이 떨어지면 실컷 먹겠다"고 벼르는 사람도 있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송모(26.여)씨는 "조류 독감.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극히 낮다"며 "전염과정이 불분명한 조류 독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한다.

둘 중 누구의 자세가 옳을까? 많은 식품 위생학자는 송씨의 손을 들어준다. 위험이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다.


◇인수공통 전염병인지 따져봐야

축산 농가에 어떤 전염병이 돌고 있다면 먼저 그 병이 인수(人獸)공통 전염병인지를 살펴야 한다. 가축의 병이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인수공통 전염병이 아니라면 사람에게 직접적인 건강상 피해는 없다.

최근 경남 김해에서 재발한 돼지 콜레라는 인수공통 전염병이 아니다. 돼지에만 증상(고열.눈곱.붉은 반점 등)을 일으킨다. 설령 감염된 돼지를 만지거나 먹더라도 문제가 안된다. 콜레라에 걸린 돼지를 도살하는 것은 이 병이 다른 양돈농장으로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일 뿐이다.

반면 오골계 농장에서 확인된 뉴캐슬병은 인수공통 전염병이다. 사람이 감염되면 1~2일의 잠복기를 거쳐 결막염.눈 충혈.눈물 등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개 1주일 이내에 회복된다. 또 조류 독감과 광우병은 신종 인수공통 전염병이다.

◇직접 접촉을 피하라

최상의 예방책은 감염된 동물과 직접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1997년 홍콩에서 발생한 조류 독감 희생자들은 모두 감염된 닭과 직접 접촉한 사람들이었다. 발병이 확인된 경우 발생 농장은 물론 3㎞이내 닭.오리.달걀을 전부 폐기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감염된 닭.오리와 접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방역요원 등 불가피하게 닭.오리와 접촉하는 사람들은 손을 자주 씻는 등 독감 예방을 위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고열.근육통 등 독감 초기 증상이나 유행성 결막염과 같이 눈이 충혈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독감 백신을 맞아 두는 것도 유익하다. 변종 CJD(인간 광우병)도 광우병에 걸린 소의 접촉.도살 과정에서 전파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충분히 익혀 먹어라

닭고기.오리고기.달걀 등을 먹은 후 조류 독감에 감염된 경우는 아직 없다. 서울대 수의학과 김선중 교수는 "인수공통 전염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정상적인 조리과정에서 모두 죽는다"고 설명한다.

섭씨 80도에서 1분만 가열하면 죽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통닭.찜닭에 살아남아 있을 가능성은 없다. 또 육류를 열을 가해 조리하면 결핵.탄저.리스테리아.살모넬라 식중독.세균성 이질.대장균 O-157 등 각종 인수공통 전염병을 함께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가열 조리를 했다고 무조건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교차 오염'이란 복병 때문. 조리 과정에서 손.칼.도마.수저 등을 통한 세균.바이러스의 교차 오염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육류 등 조리도구는 별도로 위생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위험 부위를 빼고 먹어라

익히는 것으로 예방이 불가능한 전염병이 광우병이다. 이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프리온이란 단백질로 1백도 이상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는 "프리온은 광우병에 걸린 소의 척추.뼈.내장.두개골.눈.편도 등에 존재한다"며 "이런 위험한 부위(SRM)는 당분간 먹지 말 것"을 권한다.소 머릿고기.곱창.갈비.뼈가 붙은 티본스테이크 등은 위험 부위에 속하나 살코기.도가니.우족.꼬리.간 등엔 프리온이 없다. 영국 등 이미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들도 SRM의 판매를 금하고 있으나 다른 부위는 판매를 허용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