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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위반은 피했지만…‘악동’ 리드 또 속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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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리드는 2019년에도 규칙 위반으로 벌타를 받는 등 속임수를 쓴 전력이 있다. [AP=연합뉴스]

리드는 2019년에도 규칙 위반으로 벌타를 받는 등 속임수를 쓴 전력이 있다. [AP=연합뉴스]

선두 패트릭 리드(미국)가 친 공이 그린 근처 깊은 러프에 빠졌다. 리드는 혼자 공을 찾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경기위원을 불러 “공이 땅에 박혀 빼냈다”고 말해 무벌타 드롭 판정을 받았다. 리드는 비교적 짧은 러프에 공을 드롭했고, 파세이브에 성공하면서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러프 박힌 공 혼자 빼냈다가 구설 #전문가 “아무도 못 봐서 처벌 못 해”

지난달 31일(한국시각)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토리파인스 골프장(남코스)에서 열린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3라운드 10번 홀에서 벌어진 일이다. 리드가 속임수를 썼다는 비난이 인터넷에 퍼졌다. 비디오 리플레이 결과, 공은 러프에 한 번 튕긴 뒤 떨어졌다. 미국 CBS 방송 해설자 닉 팔도는 “어떻게 살짝 떨어진 공이 박힐 수 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리드는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조 선수와 캐디 6명, 자원봉사요원 등 7명 중 아무도 공이 튕기는 걸 보지 못했다. 이를 경기위원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경기위원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결했다.

리드를 향한 비난은 더 커졌다.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리드가 아무도 보지 않은 상황에서 공을 꺼내 사실상 증거를 인멸했다는 거다. 규정상 리드가 혼자 공을 확인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2019년 바뀐 규정은 양심을 믿고 선수 판단으로 공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자신의 공이 맞는다면 원위치에 놓고 경기위원 판정을 받는 게 적절하다. 둘째는 살짝 튕긴 공이 박힐 수 있는지 문제다. 풀이 길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약 공이 박혔더라도 다른 선수 공 때문에 생긴 피치 마크에 들어갔다면 구제받을 수 없다.

둘 다 리드가 나쁜 의도가 없었다고 하면 무죄 추정 원칙에 의거 처벌할 수 없다. 리드는 트위터에 “오늘 로리 매킬로이도 18번 홀에서 박힌 공을 혼자 확인했다. 경기위원을 부르지도 않았다”고 썼다. 자신도 매킬로이처럼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KPGA 김용준 경기위원은 “만약 박히지 않은 공을 박혔다고 하는 등 거짓말을 했다면 중대한 규칙 위반이다. 실격과 출전금지 등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다”고 했다.

리드가 속임수를 썼다고 의심받는 이유는 전력 때문이다. 그는 2019년 라이 개선 사건 등 규칙 위반과 인성 문제 등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PGA 투어의 최고 악동으로 통한다. 그와 같은 조에서 경기한 선수들은 이번 일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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