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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식탁 언제까지…] 식품단속반 동행 르포

중앙일보

입력

18일 오후 1시30분 경기도 안산시 시화공단 A식품. 평온하던 이 회사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단속반원 세명이 들이닥쳤다.

공장 관계자가 황급히 달려나왔다. 단속반은 종업원 건강진단서.수입판매업 영업신고증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뒤 바로 공장 검사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가정용 제빵가루.소스류를 생산하며 종업원은 23명이다. 단속반은 이 회사의 제품 중 문제가 있다고 제보가 들어온 코코아.코코넛.아몬드.옥수수 가루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A사가 제출한 국내 판매용 제품의 스티커에는 '성분:코코아가루 95%(말레이시아산), 설탕 5%'로 표기돼 있다. 수입 코코아 가루에다 설탕을 섞어 적은 양으로 나눠(小分) 판매한다는 뜻이었다. 국내에서 수입품에다 다른 첨가물을 넣어 다시 가공해 소분 판매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단속반이 시중에서 판매된 A사의 제품을 제시하자 공장 관계자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불량식품 신고전화(국번없이 1399)로 들어온 제보에 따라 서울시내 할인매장에서 산 것이다.

거기에는 '코코아가루 1백%(말레이시아산)'라고 돼 있다. 재가공하지 않고 나누기만 했다는 뜻이다. 거짓말이 금방 탄로난 것이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수입한 분말이나 액상 식품을 나눠 팔아 마진을 늘리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영세업체들이 나누는 과정에서 세균이 들어갈 수 있고 유통기한을 조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의 변명이 시작됐다. 공장 관계자는 "스티커 찍는 여직원이 자주 바뀌는 바람에 실수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다른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제품을 시중에서 이미 수거했는데 일부를 빠뜨린 모양"이라고 했다.

하지만 단속반이 증거로 확보한 제품의 실제 제조일자 등을 제시하자 그제서야 잘못을 인정했다. 안산시에 재가공한다고 신고만 해놓고 수입품을 단순 소분만 해 판매한 것이다.

10여분 후 사장 文모씨가 뒤늦게 나타나 "소분 판매하다가 지금까지 걸린 적이 없다. 그게 왜 불법이냐"고 항의했다. 단속반이 식품위생법 21조 조항을 들이대자 文씨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단속 시작 두어 시간 뒤인 오후 4시쯤 회사 측은 완전히 손을 들었다.

단속반은 공장에서 제품을 수거해 그 회사 간부가 직접 봉지를 봉하게 하고 서명을 받았다. 세균 감염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단속반은 이날 이 회사가 코코아 가루뿐 아니라 코코넛.아몬드.옥수수 가루도 불법으로 판매한 사실을 들춰냈다. 이 제품들은 빵이나 쿠키.케이크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 회사는 한 달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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