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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겨놨던 정은경의 논문…"보려면 알아서 찾아보란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5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2021 정부 업무보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5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2021 정부 업무보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가 26일 유아, 초등 저학년, 특수학교부터 등교수업을 확대키로 했다. 지난해에는 비대면 원격수업이 주를 이뤘다. 학생·교직원의 코로나19 감염은 적었지만 극심한 학력 격차·학습 결손이 발생했다. 부모의 돌봄 부담도 커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옆자리 짝(짝꿍)이 없다. 같은 반 친구 이름을 5명도 모른다. 사회성 발달이 우려된다.

[현장에서]

사흘 전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올해는 좀 더 달라져야 한다”며 “교육부는 방역당국과 협의해 신학기 수업방식, 학교 방역전략을 미리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정은경 청장 논문. 사진 온라인 캡처

정은경 청장 논문. 사진 온라인 캡처

커진 등교수업 기대감 

새학기를 앞두고 학부모의 관심은 온통 등교수업 여부에 쏠렸다. 와중에 한 편의 논문이 등교수업에 대한 기대감을 확 불어넣었다. “코로나19 확진 아동·청소년 가운데 학교를 통해 감염된 사례는 2% 정도에 불과하고, 학교 폐쇄로 얻는 이익보다 잃는게 많다”는 내용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해 12월 27일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연구팀과 공동으로 소아감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이다.

교육부 움직임도 이후 본격화됐다. 물론 의료계 안에서는 ‘집단 발병’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연히 논문 발표 이후 등교개학 논란이 재점화됐다. 침묵하던 정 청장은 “(논문 결과 해석에) 오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교육부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교육부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3차 유행과 단순비교 안돼" 

정 청장은 전날(25일) ‘2021 정부 업무계획 발표’ 브리핑에서 “해당 논문은 지난해 5~7월 지역사회 유행이 크지 않았을 때 등교 재개 후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분석한 것”이라며 “결론은 학교에서의 방역 조치가 사전에 잘 준비돼 대규모 전파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 3차 대유행 상황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논문은 등교수업에 무게를 실어줬다. 학교 폐쇄로 얻는 이득이 제한적이라면서다. 하지만 정 청장 설명 하루 뒤 교육부는 등교수업 확대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일련의 상황을 한줄로 쭉 놓고 보면 혼란스럽다. 논문(등교수업 선회)→정 청장(오해)→교육부(등교수업 확대)라서다.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한 고교 정문 모습. 뉴스1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한 고교 정문 모습. 뉴스1

논문으로 접한 핵심이슈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지적이 설득력 있다. 윤 의원은 “문제는 이런 핵심이슈(등교수업)에 대해 국민이 학술논문을 통해 방역책임자의 주장, 데이터 분석결과를 접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소통 부재뿐 아니다. 첫 단추인 공유도 문제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질병청이 그간 발표한 주요 논문은 꼭꼭 숨어 있다. 해당 학회·학술지 중심의 제한적인 공유가 이뤄져 왔다.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 홈페이지에조차 등록돼 있지 않을 정도다. 지난 4월 서울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의 역학조사와 방역과정 등을 정리한 논문 역시 마찬가지다. 반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전문가용 페이지가 따로 있다. 코로나19 관련 논문이 주르륵 나온다. 질병청은 “학회지 등은 오픈 소스이고 모두 공개돼있다”고 설명한다. 언론이든 전문가든 알아서 찾아보라는 얘기다.

정은경 청장. 연합뉴스

정은경 청장. 연합뉴스

"보려면 봐" 

마상혁 대학백신학회 부회장은 “(정 청장 논문은) 국민 세금으로 만드는 작품인데 국민에게 알릴 생각도 안 한다”며 “학회에 영어 논문을 발표해놓고 ‘보려면 봐’라는 식이다. 질병청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 단체에도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사령탑인 정 청장은 방역 대통령으로도 불린다. 윤 의원 표현대로 정 청장이 데이터 분석결과를 미리 공개해 지혜를 구했다면 어땠을까. 등교수업을 확대할지 안 한다면 어떤 우려 때문인지 결정근거를 알리고 이해를 구했으면 국민은 방역에 더욱 신뢰를 줬을지도 모른다. 등교수업과 같은 핵심이슈는 ‘논문’으로만 평가받을 게 아니다. 정 청장은 학자가 아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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