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천억기업의 총매출액 규모가 2019년 말 기준 140조 원으로 삼성, 현대자동차, SK에 이어 재계 4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천억기업'은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인 벤처 기업을 말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5일 발표한 '2020년 벤처천억기업조사'에 따르면 2019년 말 벤처천억기업은 617곳으로 전년 대비 30곳(5.1%)이 늘었다. 벤처천억기업 617곳의 총매출액은 약 140조 원(139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삼성(254조원), 현대차(179조원), SK(161조원)에 이어 재계 4위 규모다. 벤처천억기업에서 근무하는 종사자 수는 23만 여명으로, 종사자 수로만 집계하면 삼성(25만명) 다음으로 많다.
벤처천억기업 617곳 중 67.4%인 416곳이 매출액 1000억원~2000억원 구간에 집중돼 있다. 벤처천억기업 중에서도 상위그룹인 매출액 1조 원을 돌파한 기업은 2019년 말 13개사로 전년 11개사에서 2곳 늘었다. 네이버, 코웨이, 유라코퍼레이션(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엔씨소프트, 카카오, 넥슨코리아, 네오폴 등이다. 13곳 중 게임업체만 4곳이다. 특히 넥슨코리아는 창업 후 매출액 1000억원 달성에 단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네이버, 엔씨소프트가 각 5년, 카카오는 8년 걸렸다.
벤처천억기업들이 창업 후 1000억 매출을 달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7.5년으로 파악됐다. 소프트웨어개발·IT기반서비스 업종의 평균 기간이 11.7년으로 비교적 짧았고, 의료·제약 업종이 25.0년으로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천억기업 중 수출기업은 494곳으로 우리나라 수출기업 9만9126개의 0.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수출 규모(597조원)는 국내 전체 수출액의 5.0%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벤처천억기업은 경영성과 측면에서도 대·중견·중소기업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말 매출액 순이익률이 5.9%로, 대기업(3.1%)의 1.9배, 중소기업(2.2%)의 2.7배다. 경영성과는 연구개발 투자가 높은 게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벤처천억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율은 2.8%로, 대기업 1.7%, 중소기업 0.7%에 비해 높았다. 벤처기업의 산업재산권 보유율도 높다. 벤처천억기업은 2019년 말 총 6만3119건의 산업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내 산업재산권 27만3725건의 23.1%에 해당하는 규모다.
중기부 박용순 벤처혁신정책관은 "벤처천억기업이 신규 고용창출, 매출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혁신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스타트업들이 벤처천억기업, 유니콘 기업 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창업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