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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던 스위스 시계가 중국만 바라보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유럽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들이닥친 지난해 봄, 400년 역사를 가진 스위스 시계 업체들 역시 그 타격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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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스위스 시계 업체들이 바라보게 된 곳, 바로 중국이다.

14억 인구 대국 중국은 최근 몇 년 새 명품 브랜드들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으며 가장 '큰손'으로 급부상했다. 해외여행은 갈 수 없게 됐지만 '보복 소비'가 늘어나며 중국 명품 소비자들의 자국 내 쇼핑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스위스 시계의 중국 수출량이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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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으로 수출된 스위스 시계는 총 23억 9000만 달러(약 2조 6300억 원) 규모에 달했다.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7%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스위스 럭셔리 시계 업체들의 매출이 오른 곳은 중국뿐이다.

율리시스 나르덴(Ulysse Nardin) 등 여러 명품 시계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럭셔리 패션업체 케링그룹이 대표적이다. 케링그룹은 올해도 중국 시장에서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할 것이라 보고 있다.

지난해 그 어떤 나라보다 중국에서 큰 수익을 올린 제니스(Zenith) 최고경영자 역시 "지난해 매출의 30%가 중국에서 나왔다"며 "앞으로 중국 시장에 좀 더 초점을 맞출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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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 H. 모저 앤 씨(H. Moser & Cie)는 전염병이 발생하기 전에는 중국을 '큰 고객'으로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매출의 절반이 중국에서 나오는 현재, 이곳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베이징 등 대도시에 팝업 매장을 계속 열고 있는 이유다. "중국 트렌드를 어떻게 쫓아가느냐가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뉴욕타임스, 이하 NYT)는 설명이 나온다.

NYT는 이같은 현상을 보도하며 "지난해에 비해 중국 관련 마케팅 비용을 3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브랜드들도 있다"고 전한다.

중국 시장에서 재미를 톡톡히 본 스위스 시계 업체들은 온라인으로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여러 명품 브랜드들을 두고 있는 스위스의 럭셔리 패션업체 리치먼트그룹이 가장 적극적이다. 리치먼트 측은 지난해 11월 알리바바그룹과 손을 잡고 온라인 명품 플랫폼 '파페치'에 투자하기로 발표했다. 아시아 명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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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 측은 '위챗'과 함께 한다. 라이브커머스에 진출할 브랜드들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명품 시계를 비롯한 럭셔리 브랜드들이 '중국'만 바라보는 일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너무 중국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짤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다. NYT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당장 지금만 본다면 성공할 수 있겠지만, 한 지역만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며 "중국에 너무 기대는 대신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 명품 시장의 성장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오래된 조언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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