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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성공률 95% '세계 으뜸'

중앙일보

입력

1980년대를 풍미했던 영화배우 임성민씨는 95년 영화 '애니깽'촬영 도중 숨지고 만다. 과로로 지병이었던 B형 간염이 악화돼 간조직이 일시에 붕괴되는 전격성 간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건장한 체격과 반듯한 얼굴을 지닌 그의 죽음은 당시 팬들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다. 의료진은 그가 간이식 대기자의 명단에 올랐으나 끝내 간을 기증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K교수는 지금까지 5천여명 이상의 환자에게 고관절 이식수술을 집도해온 이 분야의 대가다. 환갑을 넘겼지만 아직도 수술을 왕성하게 집도한다.

그러나 K교수는 간암 환자였다. 80년대 말 간암 진단을 받고 미국에서 간이식수술을 받았던 것. 이식거부반응을 피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것을 제외하곤 정상인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2명의 기증자가 2명의 환자에게 동시에 간을 이식하는 교환 간이식수술이 성공하면서 간이식수술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간이식수술은 67년 미국 콜로라도의대 토머스 스타즐 박사에 의해 세계 처음 성공적으로 시술됐다. 뇌사자의 간이 말기 간병변을 앓고 있던 시한부 환자에게 이식된 것.

88년 브라질의 외과의사 라이아스는 세계 최초로 간의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 생체 부분 간이식술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선 88년 서울대병원 김수태 교수가 뇌종양 말기 환자의 간을 윌슨병(간에 구리가 쌓여 간기능이 정지되는 병)을 앓고 있던 14세 소녀에게 국내 최초로 이식했다. 생체 부분 간이식술은 94년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에 의해 처음 성공했다.

지금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7백여건, 삼성서울병원에서 2백80여건을 비롯해 해마다 4백여명에게 간이식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뇌사자 간이식의 경우 1년 생존율은 75%, 생체 부분 간이식술의 경우 1년 생존율은 85% 정도. 그러나 최근 수년간 생체 부분 간이식술의 평균 성공률은 95%로 미국 피츠버그대병원.UCLA병원.독일 하노버병원.일본 도쿄대병원 등 세계 유수 병원의 수술 결과보다 높다.

수년 전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팀이 터키에서, 삼성서울병원 이석구 교수팀이 이집트에서 잇따라 간이식수술 시연과 함께 수술기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최근 간이식 추세는 뇌사자 간이식에서 생체 부분 간이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만 떼어내므로 기증자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간은 전체 부피의 30%만 있어도 생명 유지에 어려움이 없으며 재생력이 강해 한달 이내 80%까지 되살아난다. 다른 장기와 달리 조직적 합성 항원이 일치하지 않고 단지 혈액형만 같아도 이식 가능한 것도 간이 지닌 장점 중 하나다.

문제는 기증자가 갖는 신체적 부담. 복부에 흉터가 생기고 2주 정도 입원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형제 간은 물론 부자 간에도 수술 전날 마음이 변해 기증을 거부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번 교환 간이식술도 만의 하나 한쪽이 주기로 한 약속을 어길 경우에 대비해 고안된 고육책"이라고 털어놨다.

비용이 비싼 것도 문제. 수술비와 함께 고가의 면역억제제와 면역글로불린 제제 등 치료비로 1억원 안팎이 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말기 간경변 환자와 초기 간암 환자, 선천성 담도폐색증이나 윌슨병 등 어린이 간 환자에게 간이식은 유일한 생존수단이므로 건강보험의 확대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도움말 = 서울아산병원 이승규.박광민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석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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