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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목표 엄청 미달했다”는 경제 분야 책임자들 된서리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17일 진행한 14기 4차 최고인민회의(국회 격)에서 부총리 6명을 포함해 행정부에 해당하는 내각의 부서장 절반 가량을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 17일 최고인민회의 14기 4차 회의 개최 #내각 책임자급 56명 중 27명 교체, 24명은 새얼굴

북한이 17일 정기국회격인 최고인민회의(14기 4차) 회의를 열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했다. [뉴스

북한이 17일 정기국회격인 최고인민회의(14기 4차) 회의를 열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했다. [뉴스

통일부 등 정부 당국은 총리를 비롯해 북한의 내각 부서장급 자리를 56개 안팎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신문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18일 27명의 신임 부서장(부총리 6명 포함) 명단을 공개했다. 56명중 48.2%인 27명을 교체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이번 인사에서 내각 총리(김덕훈)를 유임시켰지만, 부총리 8명 가운데 2명(이용남, 양승호)을 제외한 6명을 교체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각 부서의 책임자도 20명 이상 새로운 인물을 앉히는 대대적인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1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장관(내각의 상) 인사를 했다. 56명의 장관급 인사가운데 27명이 교체됐다. [연합뉴스]

북한은 1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장관(내각의 상) 인사를 했다. 56명의 장관급 인사가운데 27명이 교체됐다. [연합뉴스]

이번 인사에서 보통교육상 겸 김일성종합대 총장(이국철), 문화성(승정규), 보건성(최경철), 체신성(주용일), 중앙검찰소(우상철)를 제외하면 바뀐 인물 대부분은 경제관련 책임자다. 국가계획위원장, 국가건설감독상, 노동상, 농업상, 대외경제상, 도시경영상, 상업상, 자원개발상, 재정상, 전력공업상, 전자공업상, 채취공업상, 화학공업상 등이다. 실적이 저조하다고 김 위원장이 질책했던 경제관련 부서가 인사의 된서리를 맞은 셈이다.

북한은 지난 10일 노동당 중앙위원을 새로 구성하면서 임철웅 등 6명의 부총리를 배제했다. 또 교체된 부서장은 중앙위원이나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경질’을 예고했다. 한국의 장관에 해당하는 부서장(상)은 당 중앙위 위원이나 후보위원에 당연직 형식으로 선출되곤 했다.

단, 국가가격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강의 경우 당 중앙위원이나 후보위원에 들지 못했지만 후임인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후임자를 찾지 못했거나, 부서 통폐합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8차 당대회(5~12일) 사업총화보고에서 ‘목표에서 엄청나게 미달했다’고 지적해 경제부문에 대한 문책이 예상됐다”며 “국가계획위원회를 비롯해 경제관련 책임자가 대거 교체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새로 부총리나 ‘상’에 오른 인물 대부분은 기존에 남측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얼굴이어서 구체적인 정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인사에 앞서 김 위원장이 실무를 중시하는 언급을 했다는 점에서 내부 승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 게 이번 인사의 특징”이라며 “실무능력과 전문성을 가진 테크노크라트들을 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체 대상 가운데 이전 경공업성과 건설건재공업성을 이끌었던 이성학과 박훈은 부총리로 ‘승진’했다. 미흡한 성과에 대한 질책과 동시에 북한이 ‘치적’으로 꼽는 인민생활경제에서 개선되거나 각종 건설에서 성과를 낸 책임자들에 대한 우대로 풀이된다. 채취공업상에 오른 김철수의 경우 이전 자원개발상을 했던 인물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어 정부 당국은 동일인 여부를 파악중이다.

한편,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김 위원장이 헌법 개정을 통해 주석제를 부활하고 국무위원회의 구성도 바꿀 것이란 관측이 있었으나 이와 관련해 북한 매체들은 언급하지 않았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부위원장에서 해임된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북한은 밝히지 않았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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