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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 걱정 끼쳤으니 갚아야” 9회 최다 혈장 기부한 청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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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코로나 작은 영웅들 - 조경래씨 

조경래씨는 지난해 3월 코로나 완치 뒤 아홉 차례에 걸쳐 혈장을 기부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조경래씨는 지난해 3월 코로나 완치 뒤 아홉 차례에 걸쳐 혈장을 기부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중앙방역대책본부 권준욱 제2부본부장은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회복하신 4139명이 혈장 공여에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녹십자GC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 치료제는 2상 임상시험이 한창이다. 13개 의료기관에서 64명에게 투약됐다. 혈장 치료제는 완치자의 혈액에서 항체가 들어있는 혈장을 분리해 만든다.

대중교통 탈 땐 방독면, 일상 바꿔 #“치료 받으며 의료진 희생에 감동 #꿈도 건축가서 간호조무사로”

코로나19 완치자 조경래(32)씨는 공여자 중 한 명이다. 조씨는 무려 아홉 차례나 혈장을 기부했다. 최다 기부자다. 지난달 24일 만난 조씨는 “국민에게 걱정을 끼쳤으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혈장 공여에 참여하는 게 사람의 도리고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씨에게 코로나19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 2월 18일. 처음엔 약한 기침과 가래 증세가 나타났다. ‘간밤에 춥게 잤나’ 정도로 생각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그런데 다음날 자고 일어난 조씨는 전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세가 악화됐다.

조씨는 보건소에서 진단검사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황하긴 했지만 과거 신종플루를 극복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낙천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조씨는 대구동산병원에 입원했고 3월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7월 초 ‘코로나 치료제를 만드는 데 혈장 공여자가 많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병원에 문의했다. 조씨는 “많은 의료인이 돌봐줘 완치됐으니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 예약했다”며 “이후 2주마다 공여하고 있는데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를 겪은 후 조씨의 일상은 많이 바뀌었다. 사람이 많은 곳엔 가급적 가지 않는다. 불가피하게 대중교통을 탈 때면 공업용 방독면을 쓴다. 한때 앓았던 원인 모를 두통과 어지럼증도 다시 생겼다.

조씨의 원래 꿈은 건축가였다. 코로나를 겪고 나서 간호조무사로 바꿨다. 그는 “병원에서 친해진 간호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들의 사명감과 희생정신에 감동했고 조금이라도 도울 방법을 찾다가 간호조무사 학원에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취재에 응할지를 망설였다고 한다. 그는 신천지예수교 신도다. “신천지 신도로서, 한 개인으로서 대구 시민에게 큰 걱정을 끼쳐 송구스러운 마음이 크다”며 “코로나 극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계속 혈장 공여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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