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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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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회말 1사 1, 3루에서 기아 8번타자 김상훈의 병살타로 1루주자 신동주(下)가 2루에서 포스아웃되고 있다. SK 내야진은 김상훈의 타구를 잡아 2루수-유격수-1루수로 연결되는 병살 플레이를 엮어냈다. 광주=최승식 기자

아무도 '비룡'의 기세를 막을 순 없었다.

SK는 9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5전3승제) 1차전에서 기아를 4-1로 꺾고 적지에서 첫 승을 올렸다. '기아 우세'를 점치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한판의 바둑이었다. SK는 '묘수'를, 기아는 '정석'을 앞세웠다. 선발투수 김진우를 앞세운 기아의 포석은 안정되고 단단해 보였다. 여기에 맞선 SK는 예측불허였다. 젊디젊은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순간적으로 뿜어내는 '애드립'은 가공할 무기였다.

승부는 선취점에서 갈렸다. SK는 1회초 2사 2,3루에서 1점을 먼저 올렸다. 방법이 뜻밖이었다. 기아의 포수 김상훈이 2루에 견제구를 던지는 사이에 3루 주자 김민재가 홈으로 뛰어들었다.

"아뿔싸!"하며 유격수가 홈을 바라보았을 땐 이미 늦었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사상 처음으로 펼쳐진 홈스틸이었다.

1-0으로 앞서자 파릇파릇한 SK 선수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준플레이오프에서 '거함'삼성을 2연승으로 격침할 때의 얼굴, 무서운 자신감이 번져 나왔다.

SK는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2회초 안재만.조원우의 연속 안타로 1점을 보태더니, 4회초에는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안재만의 2점 홈런으로 4-0까지 달아났다.

기아의 엔진은 좀처럼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5,6,7회 추격 찬스에서 연거푸 세개의 병살타를 범했다. SK도 세개의 병살타를 범했지만 찬스에서 더 강했다. '3병살이면 필패'란 야구판의 속설은 기아에만 적용됐다. 기아는 7회말 이재주의 2루타로 1점을 보탰을 뿐 저만치 달아난 SK를 끝내 따라잡지 못했다.

주자를 등진 채 이종범을 만나고도 껌을 쩍쩍 씹으며 기죽지 않던 SK 선발 채병룡은 5이닝 동안 2안타.1볼넷.무실점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자신감과 배짱을 버무린 결과였다. SK 조범현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삼성전을 치른 후 얻은 3일간의 휴식이 천군만마였다"며 "초반에 상대 선발 김진우를 무너뜨린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광주=이태일.성호준.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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