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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백신에 수조 선투자했다면 野가 '제 정신인가' 했을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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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실태와 백신 수습 상황 및 접종 시기 등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된 국회 본회의에서 K 방역의 성패(成敗)를 두고 야당과 정부·여당 사이 의견이 충돌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8일 열린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실태, 백신 수급 상황 및 접종 시기에 대한 긴급현안 질문’에서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뜻하는 일명 ‘K방역’을 실패로 규정하며 네 가지 이유를 밝혔다. 강 의원은 “첫째는 중국 우한 초기 방역 실패, 둘째는 조기 백신 도입 실패, 셋째는 변이 바이러스 방역 실패, 넷째는 동부구치소 방역 실패다”라며 “정부의 진솔한 대국민 사과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방역의 끝은 실체 없는 K방역 아니라 백신이다”며 “다른 나라는 (국민의) 7~8배 백신 물량 확보 전쟁에 뛰어들 때 우린 무얼 했냐”고 질의했다.

정 총리는 “필요한 양을 제때 확보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다”며 “현재 확보한 5600만 명분이면 적당한 양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실태, 백신수급 상황 및 접종시기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실태, 백신수급 상황 및 접종시기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강 의원이 재차 “다른 나라는 왜 7~8배를 확보한 것이냐”고 묻자 정 총리는 “그 나라에 가서 물어보셔야죠”라며 “백신은 국민 세금으로 사는 것이지 공짜가 아니다. 남의 나라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 5~6배 물량을 살 이유가 없다”고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강 의원은 백신 도입 시기가 늦어진 상황에 대해 질병관리청이나 청와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 총리는 “공감하지 않는다, 백신 도입을 언제 시작했느냐는 중요하지 않고 실제 접종이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서울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과 관련해서도 야당의 지적이 이어졌다. 강 의원은 “동부구치소에서 마스크를 살 수도 없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는 K-방역의 K가 죽음을 뜻하는 'Kill'이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정 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 정부의 부족함을 시인하고 사과드렸다. 똑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 보고하고 관련해선 시시비비도 가려 법적 책임도 있으면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야당 의원 질의마다 정 총리와 설전이 이어졌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백신 확보 관련 정부 정책을 지적하며 “(정부가) 우왕좌왕하는데 국민이 죽어간다”고 말하자, 정 총리는 즉시 “우왕좌왕이라고요? 누가 우왕좌왕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김 의원이 “국민이 그렇게 본다”고 답하자 정 총리는 “저는 그런 국민의 말씀은 못 들었다. 우왕좌왕이라고 어떤 국민이 그러나”라고 되받아쳤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실태, 백신 수급 상황 및 접종 시기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실태, 백신 수급 상황 및 접종 시기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관련 책임을) 담당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하자 정 총리는 굳은 표정으로 “대통령이 백신 관련 지시를 한 것도, 경우에 따라 적극적으로 나서서 외국 최고경영책임자(CEO)와 통화한 것도 사실이다”라며 “그런데 대통령이 이걸 떠넘긴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야당의 공격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반박했다. 강 의원에 이어 질의 순서를 가진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K방역은 실패라는 주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정 총리에게 “투명성, 과학적 근거에 의해 성공적인 방역을 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총리는 “국제사회와의 비교에서 대한민국이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1년 동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하면서 최선을 다했으나 부족함도 있었을 것이다. 성찰하고 앞으로 잘못된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각오로 공직자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7~8배 물량을 확보했어야 한다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야당이) 결과만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강병원 의원은 “우리가 미국처럼 제약사에게 입도선매 차원에서 수조원을 선투자하자고 했다면 국회가 어떤 모습이었을것 같냐”고 묻자 정 총리는 “좀 속된 말로 하면 ‘제 정신인가’ 이렇게 판단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강 의원은 “우리나라가 그렇게 많은 백신 물량을 확보한다고 했으면 국회가 승인했을 것 같습니까?”라고 물었고 정 총리는 “어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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