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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 1000명대 확진에 법무부 "혼거수용 불가피" 부실 인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재소자가 '무능한 법무부,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창살 너머로 꺼내 보이고 있다. 뉴스1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재소자가 '무능한 법무부,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창살 너머로 꺼내 보이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 사태와 관련해 법무부가 대응 과정에서 “밀접 접촉자들에 대한 혼거 수용(여러 사람과 함께 수용)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확진자 폭증에 대한 관리 부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왜 혼거 수용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선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동부구치소 감염규모 역대 세번째 #법무부 “과밀상태라 혼거 불가피” #재소자 4명, 법무부 상대 손배소 #시민단체, 감사원 직무감사 청구

신천지·사랑제일교회 이어 3대 집단감염…누적 1161명

김재술 법무부 의료과장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동부구치소 대규모 감염 원인에 대해 “집단감염이 최초로 발생했던 지난해 12월 19일 당시 116.7% 정도의 과밀수용 상태였다”며 “혼거수용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분석을 해보면 (확진자) 대부분이 접촉자 그룹에서 50% 이상 나오고 있어 불가피한 밀접 접촉에 의한 감염이 계속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확진자 수는 이날 오전 8시 기준 총 1161명에 이른다. 수용자와 직원의 가족, 지인 등을 포함한 수치다. 동부구치소가 전날 직원 429명, 수용자 338명에 대한 6차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 수용자 66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국 교정시설 확진자는 총 1191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집단감염 사례 중 동부구치소 누적 확진자 수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관련 5213명,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1173명에 이어 세 번째다.

대규모 감염자가 나온 동부구치소는 지난해 11월 27일 첫 확진자(직원)가 나온 뒤 3주가 지나서야 전수 검사를 하는 등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수용자와 의료진 사이에서는 밀접 접촉자와 일반 수용자 격리·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김 과장은 밀접 접촉자와 비접촉자가 혼거 수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확진자와 접촉자 그리고 접촉자와 비접촉자를 완벽하게 분리해내는 것이 기본원칙”이라면서도 “현장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앞으로 조사를 통해서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잠복기로 인해 추가 확산이 우려된다며 서둘러 ‘1인 1실’ 수용을 권고했다. 하지만 그간 수용 능력 한계 등을 이유로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 과장은 “그간 수용자들을 총 5차례에 걸쳐 이송한 결과 지난달 18일 기준으로 총 2292명이었던 구치소 내 인원은 전날 오후 9시 기준으로 1320명까지 줄었다”며 “수용 밀도는 63.7%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김재술 법무부 의료과장이 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 배석해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술 법무부 의료과장이 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 배석해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본 “수용자에게 1일 1마스크 제공”

중대본과 법무부는 이날 교정시설 방역대책을 내놨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브리핑에서 “전국 교정시설 수용자에게 매일 1매의 마스크를 지급하고, 교정시설 직원에 대해서는 주 1회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해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지난달 31일 “KF마스크를 1주에 3장씩 지급하겠다”고 했었다.

법무부는 현재 전국 교정시설에 대한 전수 검사를 하고 있다. 전날까지 총 11개 교정시설 전수검사를 완료했으며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동부구치소처럼 아파트형 구조로 된 수원구치소(2402명), 인천구치소(1252명)에서도 전원 음성 판정이 나왔다. 중대본은 “나머지 41개 교정시설에 대한 전수검사도 조속히 진행할 예정”이라며 “만약 동부구치소와 같이 고층으로 이루어진 교정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경우 확진자와 접촉하지 않은 비접촉자를 대구교도소 신축 건물에 수용하도록 하는 등 선제적인 이송 계획도 수립했다”고 밝혔다.

6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의료폐기물이 담긴 박스를 수거하고 있다. 뉴스1

6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의료폐기물이 담긴 박스를 수거하고 있다. 뉴스1

수용자 치료와 관련해서는 현재 서울·경북·강원 각 5곳 등 총 15곳의 전담병원을 지정해 운영 중이며,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경북 북부 제2교도소’에는 의사 5명과 간호사 9명 등 의료진 14명을 투입했다. 또 국방어학원과 동부구치소 일부 구역도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했다.

이 같은 대책에도 서울동부구치소 재소자 4명은 이날 법무부가 구치소 내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000만씩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시민단체인 미래대안행동은 감사원에 코로나19 검사 지연, 마스크 미지급 등을 포함한 동부구치소 감염 확산 사건에 대한 직무감사 청원서를 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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