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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헬관모, 필사련, 카페연합…“제발 살려달라”

중앙일보

입력

“살고자 나왔습니다. 살려주십시오.”

5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 나온 실내체육업 종사자들의 호소는 절박했다.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에 반발하기 위해 모인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소속 9명은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생존권을 보장해줄 것을 촉구했다.

5일 오전 11시30분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 연맹 박주형 대표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정진호 기자

5일 오전 11시30분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 연맹 박주형 대표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정진호 기자

헬스장과 필라테스 사업장 등을 운영하는 이들은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거리로 나왔다. 죄수복에는 ‘죄명 실내체육시설’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양손에 수갑을 차고 감옥에 갇힌 모습으로 실내체육업계의 현 상황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박주형 연맹 대표는 “방역당국과 정부만을 믿고 기다려왔다”고 말하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살려달라" 민주당 당사 앞 집회

이들은 ‘실효성 있는 정책 촉구’, ‘기약 없는 강제폐쇄 대체 언제까지’ 등의 피켓을 들고 “업종차별하지 말고 형평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라”,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에게 살길을 제시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박 대표는 구호를 외치는 중간중간 시민들을 향해 "저희 좀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5일 오전 11시30분 실내체육업으로 분류돼 영업이 금지된 당구장 업주들이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5일 오전 11시30분 실내체육업으로 분류돼 영업이 금지된 당구장 업주들이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실내체육업으로 분류돼 영업이 금지된 당구장 업주들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에 동참했다. 당구장대표연합 회원 4명은 ‘자영업자는 죽어간다’, ‘K방역 철저하게 지켜도 영업금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필라테스피트니스연맹의 집회를 지켜봤다. 당구장 업주들도 연합 차원에서 집회를 열기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6일도 헬스장 영업 '집단행동' 

코로나19로 인한 영업금지 조치를 거부하는 헬스장의 단체 행동은 전날부터 이어지고 있다. 4일 전국 헬스장 1000여 곳이 문을 열었고, 이 중 300곳이 회원을 받았다고 한다. 나머지 700여 곳은 정부의 행정조치에 반발하는 의미에서 헬스장에 출근해 불을 켜고 자리를 지키는 식이었다.

4일 오후 8시쯤 서울 용산구의 한 헬스장이 정부의 집합금지 조치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4일 오후 8시쯤 서울 용산구의 한 헬스장이 정부의 집합금지 조치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회원 수 4만명의 네이버 카페 ‘헬스장관장모임(헬관모)’ 운영자이기도 한 김성우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장이 처음 영업개시를 선언한 이후 전국 헬스장에서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 회장이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헬스장엔 4일 하루 동안 수도권 관장 수십명이 찾아왔다고 한다. 집단행동에 동참하면서 지지한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청와대 국민청원 곧 20만 동의 

‘실내체육시설도 제한적 유동적 운영이 필요합니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엔 이날 오후 1시를 기준으로 19만7000명이 동의했다. 대구의 한 헬스장 관장이 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부터 청원 동의에 불이 붙었다고 한다. 경기 포천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오성영 관장은 “대구에서 헬스장 업주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게 남의 일이 아니다”며 “어떻게든 살기 위해 영업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헬스장을 중심으로 한 실내체육업계의 집단 반발은 격투기학원 업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무에타이·주짓수·킥복싱 학원 등의 관장으로 구성된 무도지도자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청와대와 국회 앞에 집회 신고를 마쳤다. 전국에서 집회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이들은 이 중 40명만을 추려 소규모 집회를 할 예정이다.

4일 서울 마포구 태영휘트니스에서 정태영씨가 조명을 켜고 홀로 헬스장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 마포구 태영휘트니스에서 정태영씨가 조명을 켜고 홀로 헬스장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격투기·카페도 집단행동 논의

비대위를 구성한 남일 원투체육관 관장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체육관 관장들끼리 뜻을 모아 절박함을 집회로 호소하려고 한다”며 “대체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방역수칙을 지키면서도 우리의 절박함을 어떻게든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1월부터 매장 내 음료 섭취가 금지된 카페 사장들도 연합회를 구성하고 집단행동을 논의하고 있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를 구성하고 있는 고장수(44)씨는 “1~2명이 오더라도 카페 내에서는 음료를 마실 수 없도록 한 조치가 길어지고 있다”며 “전국 카페 사장들을 모아 집회나 법적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정진호·편광현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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