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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아스트라 당분간 수출 금지"…'백신 이기주의' 현실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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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자국에서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당분간 수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먼저 인도 내 수요를 충당한 뒤 나라 밖으로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확보전이 치열해지면서 우려했던 '백신 이기주의'가 현실화하는 조짐이다. 

인도가 자국에서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의 코로나19 백신을 당분간 수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국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다. [AFP=연합뉴스]

인도가 자국에서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의 코로나19 백신을 당분간 수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국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다. [AF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세럼연구소(SII)의 아다르 푸나왈라 최고경영자(CEO)는 "정부로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을 때 인도 취약층 접종분을 우선 확보할 수 있도록 당분간 백신을 수출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인도 '자국 우선 공급' 조건 달아 긴급 승인 #AP "다른 개도국 접종 몇 달씩 늦어질 것" #정은경 "한국은 SK 생산분 공급받기로 협의"

이어 그는 "SII에서 생산하는 백신은 향후 2개월간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대신 인도의 당면한 수요를 맞추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면서 "백신 수출은 인도 정부에 대한 초기 공급 물량인 1억회 분(5000만명분)을 채운 뒤에야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럼연구소는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함께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위탁 생산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백신 30억회 분 생산을 목표로 세웠다. 인도 세럼연구소에선 주로 개발도상국들에 공급될 10억회 분을 생산할 예정이다.

하지만 인도 당국이 '자국 우선주의' 공급 방침을 세우면서 개도국들이 초기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2일 인도 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긴급 승인했고, 이르면 이번 주부터 접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인구가 13억명에 달하는 인도는 의료진·경찰·군인, 50대 이상 등 우선 접종 대상만 3억명에 이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앞두고 지난 2일 인도에서 모의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앞두고 지난 2일 인도에서 모의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세럼연구소는 현재 5000만회 분(2500만명)의 생산을 마쳤고, 향후 6개월간 3억회 분(1억5000만명)을 생산할 계획이다.

AP는 인도 세럼연구소의 방침에 따라 다른 개도국들의 백신 접종이 몇 달씩 늦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푸나왈라 CEO는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용 백신 수출은 3~4월 이후에나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이 공평한 코로나 백신 구매·배분을 목표로 꾸린 기구다.    

다만 푸나왈라 CEO는 올 12월까지 2억∼3억회 분의 백신을 코백스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란 전대미문의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 초기 물량 확보를 놓고 자국 우선주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생존을 위해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같은 인도의 조치가 한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조달하는 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게 당국의 입장이다.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000만회 분(1000만명)을 2~3월 들여올 계획인데, 국내 업체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 생산하는 물량으로 충당이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4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국내에 들어오는 초기 물량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한 제품을 공급받는 것으로 (제약사 측과) 협의했다"면서 “국내 1000만명분, 2000만회 분에 대해서도 되도록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받는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지난달 9일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쪽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백신 물량은 한국 생산 제품을 우선적으로 돌린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선영·이태윤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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