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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장애 극복 英팝스타 가레스 게이츠

중앙일보

입력

"여덟 살 때 학교 뮤지컬 공연 오디션을 볼 때까지만 해도 노래를 불러 본 적이 없었어요. 선생님께서 노래를 들어보시더니 제게 주인공 역을 주셨죠.

집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그 말을 했을 때 아무도 제 말을 믿지 않았어요. 학예회가 열리기 하루 전까지도요. 결국 공연이 열리던 날 맨 앞 줄에 앉아 제 노래를 듣던 어머니는 공연 내내 눈물을 흘리셨죠."

의사소통이 불편할 만큼 심하게 말을 더듬던 소년이 가수가 됐다. 무대에서 자기 소개를 하는 데만도 5분이 넘게 걸릴 정도로 심한 언어 장애를 갖고 있지만, 지난해 '팝 아이돌'이라는 공개 오디션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수많은 시청자를 감동시켰다.

영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신예 가수 가레스 게이츠(18)의 얘기다. 그가 앨범을 홍보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애니원 오브 어스' 등 그의 노래는 영국 차트에서 연속 세 번이나 1위를 차지했고, 그의 싱글 음반은 4백만장이나 팔렸다.

지난 13일 입국, 팬 사인회와 화보 촬영.방송 출연 등으로 '강행군' 중인 그를 지난 15일 오후 MBC '수요예술무대'(30일 방영) 녹화를 마친 뒤 본지 기자가 단독으로 만났다.

게이츠의 언어장애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했다. '수요예술무대' 출연자로서 드물게 그는 진행자와 대화를 하지 않은 채 '왓 마이 하트 원츠 투 세이' 등 노래 세 곡만을 부르고 곧바로 무대를 내려왔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대답을 연습해야 인터뷰를 할 수 있다"며 질문지를 미리 보내달라고 부탁했던 그는 인터뷰 직전에도 "언어치료사와 함께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30여분간 준비 시간을 가졌다.

한국을 찾은 소감을 말할 때는 "한국 팬들을 직접 만나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단숨에 말했으나 이어진 질문에는 말을 시작할 때마다 "저는, 저는…"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숨을 골랐다. 다음 말을 잇지 못해 생기는 침묵 시간도 길었다.

하지만 언론에서 외모나 장애를 극복한 성공담에만 초점을 맞추면 가수로서 서운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그는 서슴없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와 음악은 별개"라며 "사람들이 장애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굳이 불편해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홉 살 때부터 성가대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그는 열두 살 때 엘리자베스 여왕이 성당을 방문했을 때 여왕 앞에서 독창한 기억을 갖고 있다.

아홉 살 때부터 기타를, 열세 살 때부터는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또 몇년 전부터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악보를 읽는 가수가 아니라 음악을 느끼면서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자신이 리메이크해 사랑받은 '서스피셔스 마인즈'와 '언체인드 멜로디'에 대해 "부모님이 가장 즐겨들었던 곡이었다"고 말한 그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마이클 잭슨을 제일 존경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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