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침해대면서 마스크도 절대 안 쓴다"...상사의 '신종 갑질'

중앙일보

입력

"찝찝하고 싫지만 (상대보다) 직급이 낮기 때문에 마스크 써 달라는 말을 못 한다"

일명 직장 내 '노마스크족'을 향한 한 직장인의 하소연이다. 여의도 소재 증권 회사에 다니는 김모(26)씨는 “상사가 어쩌다 한 번 마스크 내리고 있는 경우까진 괜찮지만, 거래처에 갔을 때 담당자가 끼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보통 업무 볼 때 상대방 앞에 앉는데 마스크를 안 쓰고 계셔서 서류만 주고 멀리 떨어져 앉아 있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26)씨는 "직책이 높으신 분들은 혼자 방을 쓰기 때문에 평상시에 마스크를 안 쓰고 일할 수 있다”며 “나머지 직원들은 근무시간 내내 써야 하는데 이런 상황 자체가 권력의 유무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 광장에 '마스크는 사랑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크리스마스트리와 마스크를 착용한 산타 모형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 광장에 '마스크는 사랑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크리스마스트리와 마스크를 착용한 산타 모형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새해 첫날 1029명을 기록했다. 확진자 추세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지난해 11월 13일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게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리는 단속이 시행됐다.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건 일상이자 필수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일부 직장에서 상급자 위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불안감과 불편함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직장', '상사', '마스크', '미착용'으로 검색하자 "우리 팀은 사무실 내 2명 빼고 다 착용하는데 절대 착용하지 않는 두 명 때문에 죽겠다"는 내용의 글이 지난달 26일 올라왔다. 글쓴이는 댓글로 "50대 2명인데 (그 둘이) 앞에서 이야기하면 나는 계속 밖으로 나간다. 진짜 괴롭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직장 상사가 옆에서 자신은 코로나 아니라고 맨날 마스크를 안 쓰고 심지어 기침도 한다", "면접을 보러 갔는데 면접관 아무도 마스크를 안 썼다" 등의 사례가 나왔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사례가 올라왔다. '사무실에서 계속 기침하면서 마스크 안 쓰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에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나이가 좀 많은 상사라 마스크 써 달라고 말하기가 어렵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지난달 26일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 상사 두 명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26일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 상사 두 명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커뮤니티 캡처

반면 상급자가 솔선수범해 마스크 착용이 철저히 이뤄지는 직장도 있었다. 제조업체에 다니는 강모(27)씨는 "직원들과 대면할 때 사장님부터 직원들까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다”며 "(상사가) 혼자 방에 있을 때는 당연히 안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신모(25)씨는 "오히려 상사들이 더 철저하게 쓰면서 직원들에게 잘 쓰라고 당부한다"고 전했다.

상대방이 마스크를 착용했으니 본인은 안 써도 된다는 생각은 이기적이고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는 밖에서 오는 감염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본인이 감염원이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걸 막는 쌍방향 차단 효과가 있는 것"이라며 "특히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모두 다 쓰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마스크 착용만 맹신해서도 안 된다. 김 교수는 "마스크의 예방 효과는 80~85%라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적어도 KF80은 선택하고, 실내에서도 계속 착용해야 하며 손 씻기와 환기도 자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