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연장될까…길어지는 학원 중단에 방학 '학습공백'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정종철 교육부 차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목동의 학원을 방문해 코로나 19 대응 방역 상황을 점검했다. 연합뉴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목동의 학원을 방문해 코로나 19 대응 방역 상황을 점검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현행 단계를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겨울방학을 앞둔 학부모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학원 집합 금지 조치가 길어지게 되면 방학 중 학습 공백이 길어진다는 우려다.

학부모 "학교도 학원도 없는 겨울방학 어쩌나"

최모(39·서울 성동구)씨는 다음 주부터 방학에 들어가는 초등학교 2학년 자녀가 걱정이다. 최씨는 “방학을 하면 그나마 오전에 하던 학교 수업도 없고, 학원마저 안 가면 온종일 집에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특히 온라인 수업을 하기 어려운 저학년 대상 학원은 대책이 마땅치 않다. 최씨는 “영어학원에서 온라인 수업을 시도했지만 저학년을 데리고 온라인 수업이 제대로 안 돼 결국 포기했다”면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학원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 학부모도 불만이 적지 않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이모(45·경기 과천)씨는 “2개 학원이 온라인으로만 수업하는데, 수업료는 학원 통원 차량비 정도만 빼 준다”며 “한 달째 이렇게 하고 있으니 확실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방학인데 놀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그나마 수학이나 영어 학원 등은 온라인 수업이 가능하지만 예체능 학원은 대책이 없다. 조미희 한국학원총연합회 서울특별시지회장은 “절반 이상의 학원이 비대면 수업을 못 하는 상황”이라며 “피아노학원이 피아노를 가지고 나갈 수 없듯, 교과나 학원 규모에 따라 어려운 곳이 많다”고 했다. 조 회장은 “규모가 작은 학원일수록 온라인 수업 장비를 갖추기도 어려워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진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1일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 관련 '수도권 학원 집합 금지 행정명령 철회' 촉구 궐기대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지난달 11일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 관련 '수도권 학원 집합 금지 행정명령 철회' 촉구 궐기대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거리두기 재연장 가능성…학원 중단 계속되나 

앞서 정부는 수도권 거리두기를 2.5단계로 상향하면서 다른 다중이용시설과 달리 학원에는 3단계에 해당하는 집합 금지 조치를 내렸다. 3일이면 2.5단계 조치가 종료되는 가운데, 정부는 2일 새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한다. 하지만 2.5단계 격상 이후에도 일일 확진자가 1000명을 넘는 등 큰 차도가 없어 현행 조치 연장에 무게가 실린다.

문제는 학습 공백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0 서울교육공론화’ 정책권고안에 따르면 시민참여단 96%가 ‘코로나 19 사태 이후 학습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답했다. 원인으로는 ‘개인·학부모의 학업 관심도 차이(61.5%)’ 다음으로 많이 꼽힌 게 ‘사교육 현황에 따른 차이(51.0%)’였다.(중복응답 포함)

학원가는 정부의 집합 금지 조치 연장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3일 이후에도 집합 금지가 연장되면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학원총연합회와 간담회를 가졌지만, 학원 운영 재개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의견을 잘 듣겠다고만 했을 뿐 향후 계획이나 보상에 대해 약속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