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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은 구속, 노조는 임원 폭행…유성기업 10년 노사갈등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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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부터 10년간 극심한 노사갈등을 빚어온 충남 아산의 유성기업이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1년 5월 24일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경찰이 투입돼 공장 점거 중인 노조원들을 연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5월 24일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경찰이 투입돼 공장 점거 중인 노조원들을 연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충남도 등에 따르면 유성기업 노조는 ‘단체교섭 잠정 합의안’을 조합원 투표를 거쳐 87.5%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2011~2020년 임금과 단체 협약,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고소·고발 취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합의안에 조합원들이 동의해준 것이다.

2011년 5월 파업 돌입, 사측은 직장 폐쇄 #정부, 경찰 등 공권력 투입 노조 강제해산

1월 중순 노사 '임단협 조인식' 개최 예정

 합의안에는 임단협을 비롯해 현장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철거와 재발 방지 약속, 쌍방(노사) 유감 표명, 노조 간 차별 금지 등도 포함됐다. 노사는 1월 중순 공식적인 임단협 조인식을 갖기로 했다.

 유성기업 노조는 “오늘 합의와 타결은 10년을 이어온 투쟁과정을 돌아볼 때 아쉽고 부족한 점이 많다”며 “하지만 2021년부터 새롭게 출발하자는 마음에서 한발 양보했고 회사도 결산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11월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노조원들에게 폭행당한 유성기업 임원이 119구급대원들에게 응급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유성기업]

2018년 11월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노조원들에게 폭행당한 유성기업 임원이 119구급대원들에게 응급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유성기업]

 유성기업 노조는 2011년 5월 18일 ‘주간 연속 2교대 합의 조항’에 대한 사측의 불이행을 이유로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아산공장은 물론 충북 영동공장까지 문을 닫는‘직장 폐쇄 카드’를 들고 나왔다. 같은 달 24일 정부는 공권력을 투입해 농성 중인 노조원을 강제로 해산했다.

 이후 노사는 고소·고발을 이어갔고 이 과정에서 폭력사태도 잇따랐다. 사측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제2 노조를 설립하기도 했다. 2018년 11월에는 조합원 7명이 노무담당 임원을 감금·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조합원이 구속되고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은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해 9월 법정 구속된 뒤 수감 중이다.

노사, 10월부터 집중 교섭…조합원 87.5% 합의안 찬성 

 지난 10월 말부터 교섭을 재개한 유성기업 노조는 연내 타결을 목표로 의견을 절충했다. 실무교섭과 대표 간 교섭을 병행, 지난 30일 노사 잠정 합의에 서명했다. 합의안은 노조 찬반 투표를 거쳐 최종 추인을 받았다.

유성범시민대책위와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해 8월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임·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유시영 전 유성기업 회장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성범시민대책위와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해 8월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임·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유시영 전 유성기업 회장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성기업 노사갈등 해결을 위해 중재에 나섰던 충남도는 오랜 갈등을 지친 직원을 위해 심리치료를 지원할 방침이다. 유성기업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드는데도 행정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충남의 대표적 자동차 부품기업인 유성기업 노사의 합의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그동안의 불명예를 씻고 충남을 상징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아산·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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