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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심하다"···퇴임 앞두고 등돌린 공화당 향해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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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은 29일 코로나19 직접 지원금 인상 법안을 저지했다. [AP=연합뉴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은 29일 코로나19 직접 지원금 인상 법안을 저지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를 3주 남기고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가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코로나19 지원금 상향안은 저지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한 국방수권법(NDAA)은 표결 절차에 들어가면서다.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재난지원금 상향 저지 #트럼프가 거부한 국방수권법은 재의결 시사 #"의회 장악했던 트럼프, 영향력 한계 보여" #트럼프 "약하고 지친 지도부" 맹비난

29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상원 본회의에서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기존 최대 600달러(약 66만원)에서 2000달러(약 219만원)로 높이려는 발의안에 대한 민주당의 표결 시도를 저지했다. 지원금 상향은 민주당이 바라는 것이기도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코로나19 부양책 서명을 미루면서까지 강력하게 요구해온 것이다.

매코널은 대신 지원금 상향을 소셜미디어 규제 문제, 대선 관련 조사 등과 함께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은 매코널이 민주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을 해 지원금 인상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매코널이 지원금 상향안을 전혀 상관없는 당파적인 문제와 연계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피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공화당이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가능한 한 빨리 2000달러 지불을 승인해야 한다″고 적었다.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피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공화당이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가능한 한 빨리 2000달러 지불을 승인해야 한다″고 적었다.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공화당이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가능한 한 빨리 2000달러 지불을 승인해야 한다”며 “600달러는 충분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국방수권법은 표결 절차 돌입

이날 2021년도 국방수권법(NDAA) 표결 문제를 두고도 공화당 지도부와 트럼프 대통령이 갈라서는 모습이 연출됐다. NDAA는 7400억 달러(약 801조원) 규모의 국방·안보 관련 예산과 해외 주둔 미군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법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 양원을 통과한 법안에 지난 23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28일 하원이 압도적 찬성으로 재의결했고, 이제 상원만 통과하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무효가 된다.

이날 매코널 원내대표는 상원도 30일 표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법안은 선택사항이 아니다”라며 “나는 투표에 앞서 공화당 동료들에게 다시 한번 법안에 대한 지지를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29일 상원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29일 상원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이 하원에서 재의결되자 “약하고 지친 공화당 지도부가 이 나쁜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며 “더 나은 법안을 협상하거나, 더 나은 리더가 필요하다”고 쏘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 트윗을 올린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매코널 원내대표가 다시 반기를 든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약하고 지친 공화당 지도부가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올리고 몇시간 후 매코널 원내대표는 30일 국방수권법 표결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약하고 지친 공화당 지도부가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올리고 몇시간 후 매코널 원내대표는 30일 국방수권법 표결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트위터 캡처]

매코널은 대선이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 선거 주장과 불복 소송을 “대통령의 법적 권리”라며 옹호해왔다. 하지만 지난 14일 선거인단 투표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매코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는 바이든 당선인을 인정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도 공화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날도 트위터에 부정 선거 주장을 반복하며 “우린 새롭고 활기찬 공화당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 지도부(물론 나는 제외하고)는 한심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AP통신은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임기 내내 의회에서 공화당 기강을 잡는 데 성공했고, 그를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공화당원은 거의 없었다”며 “NDAA 표결은 퇴임을 몇 주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 영향력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지도부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과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는 논평이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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