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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5명 모였어요"…의원님도 신고하는 '코파라치' 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인 이상 집합금지 안 지킨 윗집,경찰신고 기대해^^”

지난 25일 오전 층간소음 피해자들이 모이는 한 인터넷포털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저희 윗집 가족 구성원이 5명을 넘는다”며 “너무 시끄러운데 뛰면 무조건 신고하겠다”며 글을 올렸다.

23일 0시부터 서울 등 수도권에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시행되면서 이런 글이 늘고 있다. 거주지가 같은 가족은 5인 이상이 신고 대상이 아닌데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시민들이 더욱 예민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어긴 모임을 실제 신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5명 이상 모인 사진을 올린 이용자를 신고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마포구 의원이 지난 28일 ‘심야 술 파티’를 벌이다 적발된 것도 이런 분위기에서 벌어진 일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이웃끼리 서로 감시하고 신고한다는 의미에서 ‘코파라치(코로나+파파라치)’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층간소음 이미지.

층간소음 이미지.

“누구는 안 놀고 싶어 가만히 있냐”

서울시 동작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모(24)씨는 “지난 27일 어떤 사람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5명이서 술잔을 들고 건배하는 사진을 올려 안전신문고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는 안 놀고 싶어 가만히 있나 싶어 화가 났다”고 했다. SNS를 통해 ‘집합금지 신고하려면 안전신문고 앱을 활용하라’며 방역 위반자를 신고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글도 퍼지고 있다.

지난 26일 트위터에 올라온 방역수칙 위반 사례 신고법. [트위터 캡쳐]

지난 26일 트위터에 올라온 방역수칙 위반 사례 신고법. [트위터 캡쳐]

매일 400건 지하철 마스크 미착용 신고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신고 사례도 적지 않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 조모(27)씨는 “어제 출근하며 지하철에서 턱스크를 하고 핸드폰을 보는 사람이 있길래 신고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마스크 미착용자 신고 건수는 지난 8월에는 2만3928건, 9월 1만7500건, 10월 1만3951건, 11월 1만4917건이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승객들이 예전에 비해선 마스크를 잘 착용하는 편이라 건수가 줄었다”면서도 “여전히 하루 평균 400건의 신고가 들어와서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행안부 100명에게 신고포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수칙 위반 신고도 증가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행안부)에 따르면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들어오는 신고 건수는 지난 29일까지 2만7851건이다. 한 달 동안 신고 건수가 1만36건이었던 11월에 비해 8811건이 증가했다. ‘2차 유행’을 낳은 광복절 집회 당시에는 관련 신고 건수가 8152건이었다. 현재 신고 건수가 지난 8월보다 2배 늘어난 셈이다.

정부는 방역수칙을 위반 신고를 장려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3일 코로나 우수 신고자 100명에게 10만 원짜리 온누리 상품권을 주겠다고 밝혔다. 지난 29일까지 행안부가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어겼다는 신고를 받고 확인한 결과 행정 조치를 위반한 사례는 총 213건이다. 경상남도는 신고자 12명에게 도지사 상장과 포상금을 지급했다.

“감시 분위기 조장 안 돼”

정부가 신고를 장려하면 사회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방역수칙을 지키는 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할 일이다. 국가가 나서 신고하는 분위기를 장려하면 오히려 불신사회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무리하게 신고하거나 감시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사생활 침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협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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