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日 기업 희망퇴직 2.5배 늘어...나이제한도 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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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일본에서 희망퇴직을 통해 감원에 나선 기업이 지난해에 비해 2.5배 늘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이 30일 보도했다. 희망퇴직 대상 연령에 제한이 없어진 것도 특징이다.

올해 희망퇴직 모집 기업 91개, 리먼쇼크 이후 최다 #의류·섬유계 가장 많고 이어 외식, 전기, 자동차 등 #연령대도 '45세 이상'에서 '제한 없음'으로 변화

21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 시내를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21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 시내를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일본 내에서 희망퇴직을 모집한 기업은 91개, 모집 인원은 약 1만 8000명이었다. 리먼 쇼크 직후인 2009년(191개) 이후 가장 많은 회사가 희망퇴직을 모집했다. 지난해 36개사와 비교하면 2.5배 가까이 늘었다.

업종별로는 의류·섬유계 기업이 18곳으로 가장 많았다. 사람들이 외출을 피하고, 재택 근무가 확산되면서 의류 구매가 급격히 감소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약 300명의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의류업체 TSI홀딩스는 "브랜드와 점포의 난립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코로나19가 더해져 실적이 급격히 줄었다. 122곳의 점포를 닫고 재건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외식 업계도 큰 타격을 받았다. 로열 홀딩스 등 7개사가 실적 악화로 희망퇴직을 모집 중이다. 전기·정밀 (14개)과 자동차 관련 (11개) 회사 다수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자동차 및 항공기 업계가 침체된 탓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희망퇴직의 나이 제한도 사라지고 있다. 기업조사기관 데이터뱅크가 올해 1월부터 11월 사이 조기·희망 퇴직을 모집한 상장 기업 80개사를 조사한 데 따르면, 신청 대상은 '나이 제한 없음'이 42.3%로 가장 많았고, '40세 이상'(25.6 %), '45세 이상'(동 17.9 %) 순이었다. 지난해에는 '45세 이상'이 46.7%로 절반 정도였다.

도쿄상공리서치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모집한 기업 중 약 60%가 실적이 괜찮은 가운데 인원을 재구성하려는 '흑자 구조 조정'이었다면,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변화에 견딜 수 없게 된 기업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연령 제한이 사라진 것도 기업들이 전반적인 인력 구조 등을 고려할 여유 없이 인력 감축이 급선무인 상황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난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내년에 희망퇴직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본 최대 주택설비회사인 릭실(LIXIL) 그룹 등 18개사가 이미 내년 중 총 3300명 이상의 희망퇴직 모집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도쿄상공리서치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도산한 기업은 식음료업 141곳, 건설 67곳 등 총 843개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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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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