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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넘쳤던 일본마저…11년 만에 대졸취업 두자릿수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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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구인난 때문에 해외 구직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던 일본에서마저 채용이 줄고 있다. 일본 주요 기업 927곳의 채용 내정자 수는 11년 만에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했다. 사진은 대구 영진전문대 정보관에서 지난해 열린 ‘해외취업박람회’ 일본기업 부스의 현장채용 면접. [뉴스1]

구인난 때문에 해외 구직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던 일본에서마저 채용이 줄고 있다. 일본 주요 기업 927곳의 채용 내정자 수는 11년 만에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했다. 사진은 대구 영진전문대 정보관에서 지난해 열린 ‘해외취업박람회’ 일본기업 부스의 현장채용 면접. [뉴스1]

일본에서 대학(대학원 포함)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취업 빙하기’를 맞고 있다.

대기업 내년봄 채용 올해보다 -11% #관광·자동차업계 30~50% 덜 뽑아 #디지털 분야 등 일부만 고용 늘어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주요 기업 927개 사가 내년 봄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기로 내정한 인원은 지난 1일 기준 10만5442명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업들이 올해 봄 신입사원으로 채용한 인원(11만9019명)과 비교하면 11.4% 줄었다. 올해 봄(전년 대비 0.5% 감소)에 이어 2년 연속 채용 인원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특히 대졸 취업 내정자가 두 자릿수로 줄어드는 것은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해 취업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던 2010년 봄(28.6% 감소) 이후 11년 만이다. 닛케이는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마찰 등에 따른 경기 악화가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대졸 취업 내정자의 감소 폭은 이과보다 문과가 컸다. 문과계 취업 내정자(737개 사)는 지난 1일 기준 3만5345명으로 올해 봄 채용 인원과 비교하면 12.5% 줄었다. 이과계 취업 내정자(737개 사)는 지난 1일 3만9710명으로 올해 봄보다 9%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호텔·여행업계(57.5% 감소)와 자동차·부품업(29.4% 감소)에서 신규 채용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다. 미쓰비시자동차의 내년 봄 대졸 취업 내정자는 84.8% 줄어든 43명에 불과했다. 이 회사는 “노동비용 절감책의 하나로 신규채용을 억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혼다의 대졸 취업 내정자는 9.2% 줄어든 501명이었다. 일본항공과 전일본공수(ANA)는 일부를 제외하고 내년 봄 신입사원 채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히타치제작소는 올해 봄보다 16.7% 줄어든 500명을 대졸 신입사원으로 내정했다. 이 회사는 “즉시 전력으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 채용 비율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디지털 기술 등 코로나19 시대에 수요가 커진 분야에선 취업 내정자 수를 오히려 늘렸다. NTT데이터는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봄에 대졸 신입사원으로 51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올해 봄보다 7.8% 증가한 규모다. 농기계 제작업체인 구보타는 올해 봄보다 12.5% 늘어난 207명을 대졸 신입사원으로 내정했다. 일본의 농업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자동운전 농기계 개발에 힘을 쏟겠다는 계산이다. 코로나19의 여파에도 고객들의 ‘테이크아웃’ 수요가 늘었던 일본맥도널드홀딩스는 올해 봄의 3.7배인 19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기로 했다.

리쇼어링(해외 생산설비의 자국 이전)의 영향으로 채용을 늘린 기업도 있다. 교토에 본사를 둔 로옴(ROHM)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강소기업으로 꼽히는 로옴은 내년 봄에 13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올해 봄과 비교하면 20.4% 늘었다.

채용 컨설팅업체 인재연구소의 소와 도시미쓰(曽和利光) 사장은 닛케이에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대졸 신입사원 채용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2~3년이 걸렸다”며 “이번에도 그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 시장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은 일본만이 아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존 월드론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16일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월드론 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고객(기업)은 더 공격적으로 M&A에 나서고 싶어 한다”며 “이 과정에서 정치인들은 대량 실업이라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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