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에 미래 달렸다" 각국 투자유치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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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바이오2003' 행사는 미국 생물산업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산업 박람회다. 정보기술(IT) 분야의 세계적인 전시회 '컴덱스쇼'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경진 교수(사진)가 현장을 다녀왔다.

'내일 이후를 생각한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열린 '바이오2003' 행사는 BT가 미래의 '중요한 축'이라는 사실을 재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3천여개의 부스가 차려진 행사장에는 그 어느 해보다 활기를 띠었다.

바이오 산업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 역시 정점에 달한 듯 했다. 부시 미 대통령의 이례적인 방문과 함께 그의 축하 연설은 이러한 기대감이 범사회적이고 전세계적인 기대감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말해줬다.생명공학 기업이나 투자가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바이오 예산을 2년간 두배로 늘리겠다"며 바이오산업에서의 선두자리 유지를 자신했다. 또 바이오 테러전에 대비하기 위해 10년간 60억달러(약 7조2천억원)를 쏟아붓는 '바이오 방패(BioShield)' 프로젝트를 마련, 의회에 제안 중이라고 밝혀 참가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올해 행사의 두드러진 특징은 국가 차원의 홍보가 눈에 띄게 활발했다는 점이다. 50여개 참가국의 바이오 산업을 소개하기 위해 국가별로 부스를 마련하고 자국의 기업들을 내세워 홍보에 열중하는 것은 물론, 자국이 얼마나 투자하기에 좋은 곳인가를 선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지난해 캐나다 토론토 행사에 이어 올해도 크게 부스를 차렸다. 비교적 소극적이던 일본도 올해에는 몇 개의 기업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 국내에서도 생물산업협회 등의 도움으로 11개 생명공학 기업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러한 각국의 바이오 산업 홍보는 비단 자국의 바이오 기업이나 투자환경에 대한 소극적인 홍보를 뛰어넘어 자국 문화에 대한 홍보를 겸한다는 점에서 특이했다.

미국과 달리 아직 한국의 바이오 산업계는 어둠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단기간에 회수 가능한 성과만을 기대하는 투자, 기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기업들, 그리고 부족한 제도적인 지원이나 국민들의 인식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국내의 바이오산업은 해결하고 털어버려야 하는 숙제들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바이오 산업은 이번 행사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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