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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선분양’ 수출…HUG, 카자흐 등에 분양보증제 전파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5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 이재광 HUG 사장이 한국 주택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HUG.

지난해 5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 이재광 HUG 사장이 한국 주택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HUG.

건설사가 주택의 착공과 동시에 분양하는 게 선분양이다. 계약자가 계약금과 중도금을 선납해, 건설사는 자금 조달 걱정 없이 주택을 지을 수 있다. 공기업이 분양을 보증하는 이런 '한국형 선분양 시스템'에 아시아 저개발국의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한국식 분양보증제도의 전파에 나서는 곳이 국내 유일의 분양보증 전담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다.

선분양제도 자체는 낯선 것이 아니다. 베트남과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국가가 한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공기업이 분양을 보증하는 한국 특유의 시스템 때문이다.

분양보증은 건설사가 부도ㆍ파산하면 계약금과 중도금을 환급하거나 새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게 책임지는 것을 의미한다. 공급자 중심의 선분양제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주택 수요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한국형 주택금융제도가 아시아 저개발국가에 정착되면 국내 건설사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형 주택금융제도의 중심에 1993년 설립돼 보증업무를 담당하는 공기업 HUG가 있다. 현재 30가구 이상 주택을 선분양하는 주택 사업자는 HUG의 분양보증이 있어야 입주자모집 공고를 내고 분양할 수 있다. HUG는 설립 이후 올해 10월까지 602만 가구(약 1028조원)에 대한 분양 보증으로 주택 공급을 지원했다.

권혁신 HUG 주택도시금융연구원 차장은 “분양보증제를 도입한 지난 93년 이후 70% 수준인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빠르게 증가해 20년이 흐른 뒤 103%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HUG는 회상 회의를 통해 카자흐스탄에 분양보증제도 운영 경험을 나누고 있다.. HUG.

지난 8월 HUG는 회상 회의를 통해 카자흐스탄에 분양보증제도 운영 경험을 나누고 있다.. HUG.

물 건너간 HUG의 분양보증제도가 현지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다. 수출의 성공 사례는 카자흐스탄이다. 카자흐스탄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건설사의 연쇄 부도를 경험한 뒤 한국의 분양보증제도 도입을 검토한 뒤 2014년 카자흐스탄 국영기업인 바이테렉과 HUG가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MOU를 맺은 2년 뒤 분양보증 관련법을 제정하고 HUG처럼 분양보증을 책임지는 주택보증기금(HGF)을 설립했다. 이후 HGF가 지난 8월 기준 60개 건설 현장(사업장)에 약 6000억원의 보증을 제공했다. HUG는 올해도 HGF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보증심사와 리스크 관리를 자문했다.

오마르코자예프 HGF 이사회 의장은 지난 8월 HUG와의 화상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도 주택건설은 국가 차원에서 중요하다”며 “현재 분양보증 분야의 한국 제도나 경험을 카자흐스탄 현실에 맞게 전환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보다 앞서 한국형 분양보증제도를 도입한 곳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HUG의 자문을 받아 2014년 11월 부동산법부터 바꿨다. 2014년 11월 부동산사업법을 개정하고, 2015년 7월에는 주택법을 제정해 분양보증제도 도입을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 현재 베트남은 중앙은행이 지정한 은행에서 분양보증을 발급하고 있다. HUG는 또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콜롬비아와도 한국형 분양보증제도 전수를 위한 MOU를 맺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국의 주택금융제도의 수출은 중ㆍ장기적으로 국내 건설사의 해외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성공한 경험을 무기로 꾸준히 분양보증 컨설팅을 한다면 국내 건설사의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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