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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만에 출근한 이성윤, 이용구 직접 수사부터 결정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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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뉴스1]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뉴스1]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29일 출근했다. 공가와 연가, 성탄 연휴를 붙여 쉰 뒤 닷새 만에 출근한 것이다. 이 지검장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사건, 채널A 사건,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사건 등 산적한 사건 가운데 이 차관 사건 검찰 직접 수사부터 결정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연말에 주요 사건 처리가 몰리지만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처럼 다른 민감한 사건 처리는 미루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①이용구 재수사, 검찰이 직접 하기로

이용구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이날 중앙지검은 형사5부(부장 이동언)가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검찰 안팎에서도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의혹 자체가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당사자 합의를 근거로 내사 종결한 경찰의 ‘봐주기 논란’에서 출발한 만큼, 검찰이 직접 이를 검증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해당 사건의 주임 부장과 지휘라인 검사가 모두 이 차관과 근무 연이 깊은 점은 주목된다. 이 차관이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일했을 당시 이동언 형사5부장은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으로 근무지가 겹친다. 특히 구자현 3차장은 법무부 검찰개혁단장 및 대변인으로 당시 법무실장이던 이 차관과 각별한 연이 있다.

②‘채널A 한동훈’ 무혐의, 결재 미뤄

이 지검장은 ‘채널A 사건’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을 무혐의 처리하기로 결론을 내린 데 대해선 결재를 미루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는 최근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보고서를 작성해 이 지검장에게 제출했지만, 결재하지 않고 있다.

한동훈 검사장. [중앙포토]

한동훈 검사장. [중앙포토]

이에 한 검찰 간부는 “한 검사장에 대해 무혐의 결론이 나면 윤 총장 징계 사유 중 하나였던 ‘채널A 사건 감찰 및 수사방해’는 얼토당토 않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이 지검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비판만 남게되기 때문에 처리를 미루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는 ‘추·윤 갈등’의 한 축이기도 하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수사로 인해 수사 지휘에서 ‘총장은 손을 떼라’는 기형적인 형태의 수사 지휘권도 발동됐다.

③靑 정조준한 ‘하명수사’ 의혹 수사 마무리는

이 지검장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경찰 하명수사 사건에 연루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당시 사회정책비서관)의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 지난 8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로 해체되기 직전의 수사팀이 “이 실장의 선거 개입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된다”면서 ‘기소 의견’으로 이 지검장에게 보고했지만, 4개월이 지나도록 결정을 내리 않은 것이다.

검찰은 1월 현직 송철호(71) 울산시장과 황운하(58)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54)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한병도(53) 전 정무수석 등 전·현직 공무원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중앙포토]

검찰은 1월 현직 송철호(71) 울산시장과 황운하(58)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54)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한병도(53) 전 정무수석 등 전·현직 공무원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중앙포토]

앞서 검찰은 7개의 청와대 비서관실과 경찰 등 관계 기관이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 울산시장을 당선시킬 목적으로 ‘선거캠프’처럼 활동했다고 판단하면서 송 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이에 지난 울산시장 선거를 청와대가 경찰 등 관계 기관과 합심해 벌인 ‘송철호 당선 프로젝트’로 결론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당시에도 이 지검장만 유일하게 “자문단의 의견을 들어 보자”,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며 기소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④달라진 李지검장, 왜?

중앙지검 내부에서는 “이 지검장의 기류가 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지검장이 후배 검사를 질책하는 등의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중앙포토]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중앙포토]

내부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기점으로 내부 이탈 여론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직무배제한 당일, 중앙지검이 윤 총장 장모를 기소하면서 법무부를 ‘후방지원’했다는 의혹이 치명적이었다고 한다. 윤 총장 징계 의결 직후, 중앙지검 35기 부부장들이 검찰 내부망에 공개적으로 유감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편 이 지검장은 지난 28일 연가를 내고 이날 출근했다. 이 지검장은 지난 21일에는 건강검진으로, 24일에는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2차 접촉 우려로 인해 업무를 쉰 바 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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