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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두테르테, 미국에 "백신 제공 안하면 군사협정 종료"

중앙일보

입력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6일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미국이 만약 코로나19 백신 2000만 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미군은 (필리핀을) 떠나는 게 낫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6일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미국이 만약 코로나19 백신 2000만 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미군은 (필리핀을) 떠나는 게 낫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을 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지 않으면 방문군사협정(VFA)을 종료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VFA는 미국과 필리핀 양국 군사 훈련의 근거가 되는 협정이다.

"백신없인 머무를 수 없다" 미국 압박 #2000만 도스 백신 요구하고 나서

27일 필리핀 일간 마닐라 블루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VFA가 곧 종료된다”면서 “내가 연장하지 않으면 그들(미군)은 떠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만약 그들(미국)이 최소 2000만 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떠나는 게 더 낫다”라며 “백신 없이는 머무를 수 없다”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9일 테오도르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대화를 나눴고, 그는 필리핀이 화이자 백신을 확보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오도르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이 지난 19일 트위터에 ″폼페이오 장관과 통화를 나눴다″며 ″그는 필리핀이 화이자 백신을 확보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적었다. [트위터 캡처]

테오도르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이 지난 19일 트위터에 ″폼페이오 장관과 통화를 나눴다″며 ″그는 필리핀이 화이자 백신을 확보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적었다. [트위터 캡처]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대책회의에서 “미국은 심지어 미국 본토에도 백신을 분배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이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한 기존 보도를 믿지 말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필리핀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6일 기준 46만 7601명, 누적 사망자 수는 9062명이다. 특히 일주일간 신규 확진 사례가 지난달부터 만 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영국발 변종 코로나19까지 발생하며 필리핀 방역에 비상이 걸리자 미국에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백신 확보의 교두보로 삼은 VFA는 1998년 필리핀과 미국이 체결한 협정이다. 이는 필리핀에 입국하는 미군의 권리와 의무 등을 규정하는 협정으로, 미국과 필리핀은 이 협정에 근거해 연례 합동 군사훈련인 ‘발리카탄’ 등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지난 2월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 측에 VFA 종료를 통보했다. 당시 미국이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상원의원의 비자를 취소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로 알려졌다. 경찰청장을 지낸 델라로사 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 퇴치’ 정책을 진두지휘해왔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VFA 종료 시한을 앞두고 지난 6월 “지역의 정치 및 기타 발전”을 이유로 VFA 폐지를 보류했다. 이 보류 기간의 유효기간은 6개월로 오는 12월 말까지라고 CNN 필리핀은 보도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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