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 소장의 회고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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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호 21면

고독한 도전, 정의의 길을 열다

고독한 도전, 정의의 길을 열다

고독한 도전,
정의의 길을 열다
송상현 지음
나남

대학에서 법학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국제사회의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는 데 한평생 바쳐온 법학자의 회고록이다. 12년 동안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초대 재판관과 재판소장에 몸담아온 송상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여든 해 삶을 되돌아봤다. 2002년 신설된 국제사법기구의 수장을 지내며 남긴 비망록과 35년간 서울대에서 후학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겪은 일기가 책의 토대다.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을 통해 한국전쟁을 경험한 유년시절부터 신진 학자로서의 서울대 교수 시절, 국제사회 재판관으로서의 발자취를 남겼다.

책은 저자의 노력과 여정을 기록하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1972년 교수 임용이 되자마자 고시과목 중심의 강의 개설을 뜯어고치고, 국제형사재판소장 당시 리비아에 구금된 재판소 직원 4명을 석방하기 위해 리비아까지 직접 날아간 사례를 통해 그가 지내온 시대와 역사의 현장에 대한 성찰을 담아냈다. 국제사회 진출을 앞두고 돈과 명예, 특혜라는 ‘꽃길’이 펼쳐질 것이라는 주변 기대와 달리 세계인권과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긴 대목은 인생 후배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현답으로 다가온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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