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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그대로 두고 퇴소…'코로나 진상' 뒤처리하는 의료진

중앙일보

입력

A씨가 지난 16일 임시선별진료소 근무를 마친 후 공개한 사진. 장갑을 끼고 일했는데도 손이 빨개지고 퉁퉁 부은 모습이다. 사진 A씨

A씨가 지난 16일 임시선별진료소 근무를 마친 후 공개한 사진. 장갑을 끼고 일했는데도 손이 빨개지고 퉁퉁 부은 모습이다. 사진 A씨

“너무 추워 손이 잘려나가는 줄 알았어요.”

서울의 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근무 중인 의료진 A씨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파 속에 빨갛게 퉁퉁 부어오른 자신의 손을 올린 뒤 한 말이다. A씨는 24일 “여름에 레벨 D 방호복 입었던 동료들로부터 무더위로 고생했다는 말을 들어서 방호복을 입고 일하면 겨울 추위는 괜찮을 줄 알았다”며 “그런데 막상 차가운 날씨에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다 보니 손이 퉁퉁 부어오르고 겨울이 되레 여름보다 무섭다”고 말했다.

무더위 이어 추위와도 사투

22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한 관계자가 전기 라디에이터와 무릎 담요로 추위를 피하고 있다. 뉴시스

22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한 관계자가 전기 라디에이터와 무릎 담요로 추위를 피하고 있다. 뉴시스

A씨에 따르면 그가 일하는 임시 선별진료소에는 하루 평균 630여명 넘는 인원이 몰리고 있다. 어떤 때는 150명 넘는 사람이 줄을 선 적도 있었다고 한다. A씨는 현재 내복 2개를 껴입고 핫팩 8개를 붙이는 등 추위에 중무장한 상태로 업무에 나서고 있다. A씨는 “임시 선별진료소가 생긴 첫 주엔 현장에 난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더 힘들었다”며 “지금은 난로도 많이 들어왔고 어느 정도 업무에 적응했다. 방문하는 분들로부터 ‘고맙다’ ‘고생한다’는 말을 들으며 보람으로 견디고 있다”고 했다.

각종 민원도 처리해야

23일 생활치료센터로 전환이 예정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 인터내셔널 하우스에 수도권 생활치료센터 안내 문구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23일 생활치료센터로 전환이 예정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 인터내셔널 하우스에 수도권 생활치료센터 안내 문구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유행하면서 방역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을 힘들게 하는 건 추위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관리하는 일이나 자잘한 민원 업무도 이들 몫이다. 경기도 파주의 한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이모(여)씨는 “비대면 진료를 하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환자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며 “그런데 어르신은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지 않다 보니 하나하나 다 알려드려도 앱 사용을 힘들어하신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생활치료센터에서 지내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 유모(26)씨는 “센터에 와서 지내보니 지침이 매일 달라지는 등 행정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 같다”며 “치료에 전념해야 할 의료진이 행정적인 민원까지 도맡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쓰레기 넘치는 생활치료센터?

지난 15일 ‘확진자가 퇴소한 치료센터 모습’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15일 ‘확진자가 퇴소한 치료센터 모습’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엔 생활치료센터에서 확진자가 퇴소하며 쓰레기를 치우지 않는 등 머물던 방이 엉망인 사진이 온라인에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생활치료센터는 코로나19 경증·무증상 환자 등이 머무는 곳이다.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수칙에는 음식물 등 생활 쓰레기를 의료폐기물 전용 봉투에 넣은 다음 밖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의 생활치료센터 관계자는 “최근 논란된 사진을 보고 우리끼리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말을 했다”며 “일부이긴 하지만 방에 자신의 쓰레기를 잘 치우지 않고 퇴소하지 않는 확진자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가 생기면 뒷정리까지 전부 해야 하니 일이 몇배로 늘어난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진이나 방역 인력의 부족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근무 인원은 그대로인데 임시 선별진료소가 생기면서 기존 인원이 분산됐다. 충원을 받아도 현장 인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24일 0시까지 수도권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이뤄진 익명 검사 건수는 누적 35만673건이다. 현재 서울(61곳)·경기(75곳)·인천(11곳) 등 수도권 임시선별진료소 147곳에서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생활치료센터는 63개소가 운영 중이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추운 겨울날에도 적극적으로 검사에 응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선별진료소 등에서 고생하고 계신 의료진과 방역인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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