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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車 화재 비극' 본격 수사…경찰 “국내업계 자문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9일 오후 9시 43분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테슬라 승용차가 벽에 충돌하고 화재가 발생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차주 윤모(60)씨가 사망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후 9시 43분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테슬라 승용차가 벽에 충돌하고 화재가 발생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차주 윤모(60)씨가 사망했다. 연합뉴스

경찰이 최근 서울 한남동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테슬라 전기차 화재 사건의 수사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관련자들을 잇따라 소환 조사하는 한편 국내 자동차 회자의 자문을 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과수 감식 결과 1월 중순 나올 듯

23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차량을 몰았던 대리기사와 화재를 진압한 아파트 보안 요원, 소방관 등을 이번 주부터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사고 차량을 정밀 감식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다음 달 중순쯤 결과가 나올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테슬라 미국 본사의 협조를 받아 다각도로 차량을 분석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복잡한 기술이 적용된 차량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정확한 경위 파악에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학계 전문가나 국내 전기차 기업인 현대차 등의 조언을 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9시 43분 윤모 변호사(60)의 테슬라 ‘모델X’ 차량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다 벽에 충돌한 데 이어 화재가 발생했다. 운전대를 잡은 대리기사 최모(59)씨는 탈출해 목숨을 건졌지만, 조수석에 타고 있던 윤 변호사는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했다. 불은 1시간 여 후인 10시 48분에 완전히 꺼졌다.

테슬라 모델X. [사진 테슬라]

테슬라 모델X. [사진 테슬라]

운전 미숙인가, 차량 결함인가 

경찰은 우선 테슬라 차량의 충돌 사고 원인이 대리기사 최씨의 운전 미숙에 있는지, 아니면 차량 결함 때문인지를 집중해 들여다보고 있다. 최씨는 “갑자기 차량이 제어되지 않았다”며 ‘급발진’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테슬라 차는 미국에서도 급발진 논란에 휩싸여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 테슬라 운전자의 급발진 민원이 127건, 충돌 사고로 이어진 것이 110건이다. 특히 지난해 2월엔 ‘모델S’ 차량이 나무에 부딪힌 후 불에 탔고 운전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대리기사 최씨가 차량의 자율주행시스템 등을 오작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또 윤 변호사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충돌 사고에 의한 것인지, 화재 때문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충돌 사고 직후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사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 화재로 불에 타거나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졌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화재 탓이라면 차량 배터리에 결함이 있는지도 규명 대상이다. 일각에선 “아파트 보안 요원이 전기화재에 적합하지 않은 일반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하다가 불을 키웠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일부에선 “대리기사 최씨가 윤 변호사의 탈출을 막은 게 아니냐”는 주장을 했지만, 경찰은 “윤변호사의 탈출 방해 등 타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차량 화재에 “밝힐 부분 없어”

경찰은 이와 함께 구조 지연의 책임이 소방 당국에 있는지 여부도 수사 중이다. 사고 발생 6분 후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25분 만에 트렁크 문을 따고 윤 변호사를 끌어냈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소방 당국은 “‘히든 도어’ 스타일의 문손잡이 때문에 구조가 지연됐다”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 차량의 문손잡이는 평소엔 숨겨져 있다가 주변을 손으로 터치하면 튀어나온다. 그런데 사고 등에 따라 전력이 끊기면 작동하지 않는다. 테슬라 측은 중앙일보의 인터뷰 요청에 “밝힐 부분이 없다”고 답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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