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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

중앙일보

입력

이종욱 박사의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당선은 과거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았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개도국을 지원하는 원조국으로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56차 세계보건총회(WHA)에 수석대표로 참석한 김화중(金花中)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상 최초로 유엔산하 전문기구의 선출직 수장을 배출한 것은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반영한 것이라며 보건분야의 선진국 도약을 위한 발판 구축에 강력한 의지를 표시했다.

김 장관은 총회참석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기 앞서 22일 오후(한국시간 22일 저녁) 연합뉴스와 회견하고 이 박사의 사무총장 당선, 담배규제기본협약 채택,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대책, 대북 보건의료 사업 등에 관한 견해를 피력했다.

--이번 총회의 의의와 성과는 무엇인가.

▲아직 정해진 회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이나 어느 해보다 더 알찬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본다. 우선 이종욱 박사가 차기 사무총장으로 인준된 것에 남다른 감회와 한국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

현재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사스에 대해 국제기구 차원의 체계적인 접근이 시작됐고 담배규제기본협약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점을 큰 성과로 손꼽을 수 있다. 이밖에 아동보건 등 주요 의제들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취임후 처음으로 총회에 참석한 소감은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달라진 위상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예년과 달리 여러 나라의 수석대표들에게서 면담 요청을 받았다.

역사적 발전과정.경험.보건의료제도 등이 상이하지만 정보공유와 인적.물적 교류협력을 통해 서로 장점을 받아 들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추후 계속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

--전염병 조기 발견과 필수정보 접근성 확보를 위한 전지구적인 감시체계 확립을 제안하면서 개도국에 대한 지원의사를 밝혔는데 이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복안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얘기하면 정보기술의 강국인 우리가 인터넷을 통한 보고 및 정보공유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나라에게 기술적인 지원을 기꺼이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질병감시 체계는 크게 보고, 감시.격리, 그리고 관리의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중국에서 사스가 확산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보고체제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개도국에게 병원을 지어 주기보다는 질병발생 보고체제를 비롯한 인프라 구축의 토대가 되는 기술을 지원하기가 급선무라고 본다.

이러한 개도국 지원업무를 전담할 기구로 정부, 민간, 기업 등이 참여하는 `국제보건의료발전재단' 설립을 준비중에 있다. 이 기구를 통해 WHO와 협력해 개도국의 건강수준을 증진하는데 일정한 기여를 할 계획이다.

--이종욱 박사의 사무총장 당선과 국내보건분야의 발전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백신과 의약품, 그리고 세계 10위권에 있는 의료기기 산업 등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가 상승할 뿐 아니라 국제규격 획득을 위한 시설 및 연구비 투자가 증대되는 등 보건의료 산업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WHO 등 국제기구 진출을 희망하는 전문인력이 늘어나 향후 우리나라와 국제기구의 인적 교류가 보다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담배규제기본협약 채택에 따른 후속조치는.

▲국회비준과 관계법령 정비를 거쳐 내년 중 본 협약의 당사국이 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조속한 시일내에 관계부처간 협의를 거쳐 협약에 정식으로 서명하고 국내 법규와 협약내용이 상충되는 부분을 정리할 것이다.

--사스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입장과 우리의 대책은 무엇인가.

▲이번 총회에서 대다수 회원국은 기조연설을 통해 사스 등 신종전염병의 위협을 언급하면서 국제적인 감시체계의 구축을 주장했다. 신종 전염병 감시체계 공조를 위해서는 국내의 방역수준을 한단계 더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전염병에 대한 대응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시기가 미묘하지만 대북 보건의료 협력사업의 추진방향은.

▲그 동안 정부와 민간,그리고 정부내에서도 여러 부처에 걸쳐 방만하게운영돼 온 면이 없지 않다. 향후 WHO 등을 통한 사전 수요파악에 근거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WHO의 협조를 받아 북한이 필요로 하는 수액공장 등 기반시설을 건립하여 북한의 보건의료 문제를 더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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