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운명의 날, 청와대로 김명수 초청한 文…"오해살만한 행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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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5부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오른쪽은 김명수 대법원장.[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5부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오른쪽은 김명수 대법원장.[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처분에 대한 집행을 일시적으로 정지할지를 결정하는 당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청와대에 초청한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법조계는 재판부가 가뜩이나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정직에 대한 심판을 맡아 부담이 클 텐데, 문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를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문 대통령은 22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5부 요인들과 코로나 사태 극복방안을 논의하고,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한 의견도 교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대통령이 오해살만한 행동" 

하지만 공교롭게도 윤 총장 재판 날과 겹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윤 총장의 징계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사건에 대한 첫 심문을 시작한다. 이날 심문 결과 등을 바탕으로 법원이 이번 주 중으로 기각 또는 인용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처분을 최종 재가한 당사자라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징계위가 '정직 2개월'의 의결 결과를 발표한 당일인 16일 오후 재가했다.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징계처분에 대한 집행정지와 취소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면서 "피고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고 대상은 문 대통령의 처분"이라고 밝혔다.

일선 판사들"대단히 부적절"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5부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정희 선관위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정세균 총리, 김상조 정책실장, 노영민 비서실장, 박병석 국회의장, 문 대통령,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5부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정희 선관위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정세균 총리, 김상조 정책실장, 노영민 비서실장, 박병석 국회의장, 문 대통령,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일선의 판사들은 이날 초청이 당장 집행정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더라도 향후 재판 진행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집행정지 결과가 나온 후에도 정직 2개월 취소에 대한 본안 1심, 이후 2심과 3심 재판이 남아 있다. 헌재도 윤 총장 측이 지난 4일 법무부 장관 주도의 징계위 구성 등 검사징계법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제기한 헌법소원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맡고 있다. 헌재가 검사징계법을 위헌으로 판단하면 해당 검사징계법에 따라 열린 징계위 결과도 원천 무효가 될 수 있다.

수도권의 부장판사는 "사법부를 전형적인 관료주의 체계 안에서 관리하려는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다. 중요한 재판을 앞두고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헌재소장, 현직 대법관(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일부러라도 만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지방의 검사장은 "이날은 윤 총장에 대한 집행정지 심문이 열리고, 다음날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1심 선고가 있다. 초청한 측과 초청에 응한 측 모두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했다.

정유진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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