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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신문 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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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페이스북이 미국의 3대 전국지인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에 전면광고를 게재했다. “소상공인들을 대신해 애플에 맞서겠습니다”는 말로 시작하는 이 광고는 1000만 개의 기업과 매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광고하고 있는데, 애플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페이스북의 광고 도달을 제한하려 한다고 항의하는 내용이다.

문제의 발단은 애플이 모바일 제품 운영체제의 최신 버전인 iOS14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제까지는 애플 기기에 장착된 앱들이 각자 원하는 대로 사용자를 추적하고 개인정보를 가져갔지만, 앞으로는 사용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럴 경우 많은 사용자가 자기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허락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이는 개인정보를 사용해 정확하게 타기팅된 광고를 하는 페이스북 같은 기업의 광고 비즈니스를 위협하게 된다. 페이스북이 항의성 전면광고를 게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페이스북은 “우리 광고 플랫폼의 도움을 받는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본다”면서 약자 편에 선 표현을 사용했지만, 사실은 자신들의 광고수익이 떨어지는 걸 걱정하는 것이다. 거대 플랫폼 시대에 진정한 약자는 개인정보를 알게 모르게 빼앗기고 있는 일반 사용자들이다. 이들이 이 문제에 눈을 뜨자 애플은 스스로 차별화할 기회로 보고 “사용자 개인정보를 지켜주겠다”고 나선 건데, 사실은 진작부터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고 있던 일이다.

물론 여기에서 진짜 아이러니는 매스미디어로부터 광고수익을 빼앗아가면서 언론을 경영난에 빠뜨린 페이스북이 궁지에 몰리자 신문에 전면광고를 냈다는 사실이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