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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법정관리 신청으로 3개월 벌었다…회생 가능성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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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쌍용차는 2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뉴스1

쌍용차는 2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뉴스1

쌍용자동차가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로써 쌍용차는 지난 2009년 이후 11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쌍용차는 21일 이사회를 통해 회생절차 신청을 결의하고,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서울회생법원은 조만간 재산보전처분과 포괄적금지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법원이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할 때까지 모든 채권을 동결하는 조치다.

이날 쌍용차는 '회생절차 개시 여부 보류 신청서(ARS 프로그램)'도 동시에 접수했다. 2018년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일몰 후 생긴 ARS 프로그램은 법원이 채권자의 의사를 확인 후 회생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까지 연기해 주는 제도다. 보류 기간에 회사는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하며,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는 합의를 이뤄 회생절차 신청을 취하할 수 있다. 또 합의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금융권은 "쌍용차가 시간을 벌 기회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이날 쌍용차 임원 전원은 사표를 제출했다.

산은 부담 덜고, 쌍용차 시간 벌고  

이날은 쌍용차가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차입금 900억원과 우리은행 차입금 150억원에 대한 만기일이었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 15일 JP모건 등 외국계 은행 3곳으로 빌린 대출 600억원에 대한 원리금 상환을 연체했다고 공시했다. 밀려드는 대출금 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대출금 만기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했던 산은은 부담스러운 판단을 일단은 보류할 수 있게 됐다. 산은 관계자는 "타 은행 차입금 연체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산은 차입금만 연장을 결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RS 프로그램은 이 기간 쌍용차가 진행 중인 투자유치 협상을 마무리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하라는 취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위원회도 "회생절차 신청에도 불구하고 쌍용차 매각 협상이 여전히 지속하고 있어 좋은 성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며 "쌍용차 협력 업체엔 정책금융프로그램 활용과 대출 만기연장을 통해 자금 애로를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도 피해가 예상되는 부품 협력업체 지원책을 마련하고, 경영 차질을 빚는 업체에 중기청 전담 직원을 배정해 맞춤 해결책을 제시하기로 했다. 또 중소기업진흥공단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활용해 협력 업체에 대출 만기연장 등 자금지원도 할 예정이다.

2000년대 들어 두번째 법정관리  

21일 쌍용차의 서울 소재 한 영업소 모습. 2020. 뉴스1

21일 쌍용차의 서울 소재 한 영업소 모습. 2020. 뉴스1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쌍용차의 단기차입금은 2241억원이다. 연간 10만대(2019년 기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는 완성차 업체로서 큰 금액은 아니지만, 쌍용차의 대출금 상환 여력이 현저히 떨어진 게 문제다.

쌍용차는 2017년 이후 15분기 연속 적자 상태다. 지난 3분기에만 93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올해 누적 적자는 3089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인건비 등 고정비는 많이 들지만 차 가격은 경쟁사에 비해 낮아 차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평가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쌍용차의 손익분기점이 14만대로 조사됐다"며 "2016년 티볼리 출시 후 15만대를 넘기며, 한번 흑자(연간)를 낸 적이 있지만, 이후 계속 내리막을 걸었던 게 지금의 상황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법정관리는 2000년대 들어서만 두 번째다. 1998년 대우그룹에 인수된 쌍용차는 모그룹이 해체되며 2000년 독자적인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2004년 중국 상하이기차가 쌍용차를 인수했지만, 기술 유출과 먹튀 논란 속에 결국 2009년 법정관리를 맞았다. 곧이어 '옥쇄파업'과 대량해고 사태가 이어져 당시 전체 임직원의 36%인 2600여 명이 정리해고되는 아픔을 겪었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으로 주인이 바뀐 이후 렉스턴 스포츠와 티볼리 등을 앞세워 반짝했지만, 최근 현대·기아차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많이 내주며 쌍용차의 판매는 급감했다. 또 올해 코로나 19로 경영이 악화한 마힌드라마저 쌍용차의 지분을 팔고 나가겠다는 뜻을 밝히며, 쌍용차는 다시 벼랑 끝에 섰다.

쌍용차, 투자 유치 가능성은?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연합뉴스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연합뉴스

사실상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은 새로운 투자자를 모색한 뒤 경영 정상화를 통해 차량 판매를 늘리는 길뿐이다. 그러나 험난한 파고가 기다리고 있다. 2021년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전기차 대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쌍용차는 인제야 전기차 양산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에서 약 500여 종(하이브리드·PHEV 포함)의 전기차 모델이 선보일 예정이다.

당장 쌍용차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미국의 자동차 유통업체 HAAH홀딩스가 조만간 결정을 내릴지도 미지수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쌍용차와 마힌드라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곳은 HAAH홀딩스 외에는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쌍용차 입장에선 카드를 인수하려는 상대편에 다 보여준 격"이라면 "저쪽에선 당연히 이참에 가격을 후려치려 할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단 "가격이 내려가면 들어올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쌍용차 노조 일각에선 "쌍용차 국유화"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이는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연구위원은 "2018년 산은의 한국GM 출자로 여론이 나쁜 데다 쌍용차를 국유화하면 사정이 더 좋지 않은 부품업체는 너도나도 정부에 손을 벌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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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정용환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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