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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최저임금 달라니 "계약종료"...카카오택시서 무슨일이

중앙일보

입력

카카오모빌리티가 운행 중인 카카오 택시. 뉴스1

카카오모빌리티가 운행 중인 카카오 택시. 뉴스1

카카오택시를 운행하는 K택시회사(K사)에서 최저임금 반환 소송을 빌미로 기사들의 재계약을 부당하게 거부하고 사직서 제출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사는 지난해 8월 카카오모빌리티가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자회사로 인수해 운영 중인 곳이다. K사의 기사들은 "사측이 최저임금 반환 소송을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맞서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최저임금 반환 소송에서 갈등 시작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인 K사는 기사들과 최저임금 반환 소송과 그 이후 재계약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졌다. K사와 기사들의 갈등은 ‘최저임금 소송’에서 시작됐다. 일부 운전기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못 받은 임금을 돌려 달라”며 소송을 걸자, 회사 측이 재계약을 조건으로 소송 취하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박모(67)씨를 포함한 K사 운전기사 30명은 “실제 근무한 시간보다 임금을 적게 받았다”며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에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K사를 비롯한 택시회사들이 그동안 운전기사들의 명목상 근로시간을 줄여 최저임금보다 낮은 기본급을 지급해왔다는 주장이다. K사 운전기사들은 대법원이 지난해 4월 “택시회사가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최저임금 지급을 회피한 행위는 불법”이라고 판결하자 소송에 나선 것이다.

“재계약하려면 소송 취하하고 와라”

이후 박씨는 소송을 회사로부터 재계약 거부를 통보받았다. 소송에 참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1년에 정규직 근로자로 K사에 입사한 박씨는 정년 이후에도 회사와 8차례에 걸쳐 1년 단위의 촉탁직(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해왔다. 박씨는 "지난 4월 K사의 A상무가 '(재계약을 하고 싶으면) 회사에 협조해야지 왜 회사 고발에 동참하느냐. 회사를 상대로 고발하는 사람은 재계약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A 상무가 '고발 서류가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법무팀으로도 간다. 재계약 불가 지시가 내려왔다. 재계약을 하려면 소송을 취하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내용은 박씨가 A상무와의 대화를 녹취한 기록에도 담겨있다.

지난 4월 소송 취하를 요구하는 K택시회사 임원과의 대화

A상무: 말일로 촉탁만료가 되는데 우리는 다시 재계약 할 의향이 없는데 본인은 어떠신지?
박모씨: 저는 아직 일하는 게 좋죠. 지금 아직 건강한...
A상무: 그러시면 회사에 협조를 하셔야지. 왜 회사 고발에 동참하시고 그래.
박모씨: 민사(미지급 최저임금 청구 소송) 그거...
A상무: 회사 입장에서 회사를 상대로 고발하는 사람을 어떻게 재계약을 하겠어?
박모씨: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해야...
A상무: 그런 걸 다 취하를 하세요. 이제 (카카오모빌리티로) 사주도 바뀌었고. 옛날이랑 다 달라졌잖아요.
박모씨: 그럼 취하를 하면 재계약을 해주시겠다?
A상무: 일단은 재계약 불가 지시가 나왔어요. 고발·고소 서류가 여기도 오지만 카모(카카오모빌리티) 본사 법무팀으로도 가요. 그리로 가는데 본사에 "이런 사람들 재계약 합니다" 하고 올라가면 승인나겠어요? 우리 욕만 먹지.

박씨가 소송을 취하하지 않자 지난 5월에는 회사 관계자가 회유에 나섰다. 박씨는 "회사 관계자가 '머리가 그렇게 나쁘냐. 나이 드신 분들 대우해드릴 때 제발 어깃장 놓지 말라'며 사직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소송 참여한 다른 기사도 고용 불안 

박씨 측은 이러한 회사 측의 행태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했다. 박씨를 대리하는 안지연 노무사(노무법인 길)는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행사인 소송 제기를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하는 건 부당해고”라고 밝혔다. 안 노무사는 “소송 취하를 재계약 조건으로 내걸었던 회사가 논란이 생기니 인제 와서는 박씨의 건강상태를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지방노동위원회에서 갱신기대권을 인정받지 못한 박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행 중인 카카오 택시. 뉴스1

카카오모빌리티가 운행 중인 카카오 택시. 뉴스1

회사 측이 촉탁직 근로자의 고용 불안정성을 악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현수 노무사는 “촉탁직 근로자여도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된다”며 “소송을 걸었다는 사유 외에 다른 조건이 동일함에도 소송 근로자만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건 부당해고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송에 참여했던 다른 운전기사들도 현재 고용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모씨는 “소송에 이름을 올린 동료들이 회사 측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소송을 취하한 기사들은 아무 차별 없이 재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소송에 참여했던 초기 30명 중 6명의 운전기사는 현재 소송을 취하한 상태다.

카카오, “소송 알았지만 재계약 관여 안 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소송 내용을 알고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재계약 불가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한 관계자는 “본사는 재계약 여부 등 개별 운수사 운영에 관한 세부적인 부분에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박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T블루 택시 전환을 희망하지 않아 재계약이 진행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직서 강요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실업급여 처리 등을 위해 ‘사직서 제출이 필요할 것 같다’는 취지의 설명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K사의 A상무는 “박씨에게 재계약 불가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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