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 업그레이드] 2. 위장병을 잡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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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만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된다''트림이 자주 난다''속이 비면 명치부위가 아프다''식욕이 없다''속이 꽉 막힌 것 같다''음식을 먹으면 목까지 차오른다'….

즐거워야 할 식사시간이 이처럼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소화불량증 때문이다. 삼시 세끼 먹는 식사로 이런 고통을 받다보니 누구나 한두번은 병원을 방문한다. 혹시나 해서 내시경검사도 받아 보지만 '이상 없다'는 말만 듣는다.

병원을 전전한 사람은 '신경성위장병(위염)''만성위염''위하수증' 등의 진단을 받기도 한다. 곰곰 생각해 보면 신경쓸 때 증상이 심해지는 것 같기는 하지만 기분 좋게 쉬는 날도 속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런 병이 바로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풍렬 교수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가장 흔한 내과 질환 중 하나"라며 "외국 통계는 30% 정도지만 과음.자극성 있는 음식을 많이 먹는 우리나라에선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힌다.

위의 운동기능 장애로 음식물이 제때, 제 속도로 십이지장으로 넘어가지 않거나, 음식물.가스 등 장에서 일어나는 자극에 민감한 사람에게 많다. 또 위 팽창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헬리코박터 세균이 있을 때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생긴다.

증상은 다양한데 1998년 전국 41개 병원 1천25명의 소화불량증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선 식후 속이 그득하거나 불쾌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85%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소화불량증이 한두번 나타난다고 진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이교수는 "소화불량 증상이 지난 1년간 석달이상(12주) 있고, 검사상 궤양.암 등 기질적 질환이 없을 때 내린다"고 설명한다. 이때 소화불량 증상은 대변을 보건 말건 전혀 상관없이 나타나야 한다.

따라서 속 불편한 증상이 반복되는 사람은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 방치하거나 무작정 소화제만 복용하지 말고 일단 병원을 찾아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안전하다.

우선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이상소견이 없음을 확인해야 한다. 검사상 눈으로 보이는 기질적 이상이 없다 하더라도 위장에 '생리 이상'은 있는 상태다.

따라서 위 운동기능,위 감각기능 등을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위의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할 땐 위에 가스를 주입해 어느 순간 팽만감을 느끼는 지를 알아보는 바로스타트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서울대 분당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는 "증상과 검사소견에 따라 ▶식후 속이 그득하고 불편하면서 식사를 조금만 해도 배부른 느낌이 드는 운동이상형 ▶속이 쓰리고 아픈 궤양형 ▶신트림이 자주 나고 가슴 부위가 쓰린 역류형 ▶식욕부진 등 특징지울 수 없는 속 불편함이 있는 비특이형 등 4종류로 분류할 수 있고, 치료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일단 기능성 소화불량증 진단이 내리면 질병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치료의 첫걸음은 편안한 마음가짐을 갖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인간의 뇌와 위장은 신경이라는 긴 전선으로 연결돼 있다"며 "실제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스트레스.불안.우울 등 감정적인 요인에 의해 증상이 악화된다"고 강조한다.

다음으로 유념할 점은 술.담배.커피 .카페인.탄산음료.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 등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들을 멀리하는 일이다. 만일 이전에 먹어서 소화불량증이 나타난 경험이 있는 약이나 음식을 피해야 함은 물론이다.

흔히 처방없이 약국에서 사먹는 진통제.소염제 등의 약물도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뒤 복용해야 한다. 이런 방법을 실천했는데도 증상이 계속될 땐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궤양형 환자는 위산분비 억제제 및 제산제 복용이 효과적이며 운동이상형은 위장운동 촉진제로 증상이 호전된다. 정신적인 요인으로 증상이 악화된 환자에겐 진정제.항우울제 등이 도움이 준다.

이풍렬 교수는 "최근엔 반복적으로 심한 소화불량증을 호소하면서 헬리코박터 균이 있는 환자에게 선별적으로 헬리코박터를 박멸하는 치료를 통해 좋은 효과를 보기도 한다"고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