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물러나자 불쑥 링 올랐다, 文-尹 법적갈등 국가적 망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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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지난해 11월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는 모습. 문 대통령은 16일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안을 재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지난해 11월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는 모습. 문 대통령은 16일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안을 재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추미애 법무부장관 사의? 이제 추 장관으로서 해야 할 임무가 다 끝난 모양이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추 장관 사의 표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내놓은 대답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이 행정법원에 소송하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현직 총장이 법정에서 맞서는 모습이라 국가적으로 창피하다”며 문 대통령을 언급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윤석열 몰아내기의 장본인은 추 장관이 아니라 애초부터 문 대통령이라는 걸 강조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의 윤 총장 '2개월 정직' 결정을 문 대통령이 16일 재가하면서 정치권에선 “여태 ‘추-윤 갈등’이 이제 ‘문-윤 갈등’으로 옮겨가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다. 이미 울산시장 선거 개입, 유재수 감찰 무마,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의혹 등 정권 비리 검찰 수사를 계기로 촉발된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해묵은 갈등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9월 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 검찰, 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는 모습. 추 장관은 16일 사의를 표명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9월 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 검찰, 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는 모습. 추 장관은 16일 사의를 표명했다. 뉴시스

당초 ‘윤석열 찍어내기’ 과정에서 시선을 끈 이는 추 장관이었다. 추 장관은 올초 취임하자마자 이른바 ‘윤석열 라인’을 잘라내는 검찰 고위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후에도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7월)’, 라임 사건(10월)에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지난달 윤 총장 직무정지 결정 및 징계 청구로 대결을 심화시켰다. ‘추ㆍ윤 갈등’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배경이다.

반면 문 대통령은 철저하게 ‘관망자’ 태도를 취했다.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10월 27일, 청와대 관계자는 추ㆍ윤 갈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했고, 11월 24일 윤 총장 직무배제 때도 청와대는 “대통령은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고만 했다.

이날 역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윤 총장이) 행정소송을 낼 것에 대해 따로 입장을 낼 필요는 없다. 피고가 대통령이 아니라 법무부장관”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징계안을 직접 재가하자 전문가들은 “시종일관 ‘나와는 상관없다’는 투였던 문 대통령이 불쑥 링 위에 끼어든 장면”(정치컨설팅 '민' 박성민 대표)이라고 평가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 총장 소송전이 추 장관을 향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주호영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주호영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야당은 ‘문ㆍ윤 갈등’ 부각에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해 “손에 피 묻히지 않고 윤 총장을 잘 제압했다. 퇴임 이후 안전도 보장받게 된 것을 축하한다”고 꼬집었다. 3선의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애초에 추 장관은 문 대통령의 ‘윤석열 공격용’ 장기 말이었다”며 “향후 정권 수사 무마, 윤석열 찍어내기 등은 전적으로 문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살수(殺手ㆍ죄인을 처형하는 사람)는 일을 거행한 순간 효용이 끝난다. 시킨 사람들이 피가 옮겨 묻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며 “(문 대통령의) 추미애 토사구팽은 예정돼 있던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 측 “대통령에 대한 소송이 맞다”

이날 윤 총장 측은 행정소송이 문 대통령에 대한 소송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총장 법률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대통령의 처분에 대한 소송이니 대통령에 대한 소송이 맞다”며 “자정 전에는 소장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총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에 수사가 달라지기 때문에 2개월 정직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며 “중요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새로운 중요 수사가 나올 수 있는 데 그걸 어떻게 회복하겠냐”고 주장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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