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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수렴 없는 생활치료센터 전환 안된다”…대학 기숙사 활용 찬반 논란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가 서울 지역 내 8개 대학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대학 측과 협의에 들어간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 긍정적 답변을 얻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인한 병상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지만, “기숙사를 쓰는 학생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서울시, “8개 대학 중 3곳 긍정 답변”

송은철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관이 지난달 17일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발생현황 및 주요 대책현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송은철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관이 지난달 17일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발생현황 및 주요 대책현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17일 유재명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부통제관은 “현재 서울시립대에 520병상 규모의 생활치료센터를 설치하기로 하고 시립대 측과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시립대 외 서울시 내 주요 대학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숙사 생활치료센터 활용에 대해) 설명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중앙대·한양대·이화여대·경희대·건국대 등 8개 대학에 이 같은 내용의 협조 공문을 보냈다.

 유 부통제관은 “현재 3개 대학으로부터 긍정적 답변을 얻었다”며 “각 대학에서도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별 기숙사 생활치료센터 설치는 학내 교수와 학생을 비롯한 다양한 구성원의 적극적 이해와 양해 과정이 필요해 이 같은 절차가 완료되기까지는 구체적 대학 명칭을 밝힐 수 없다”고 말해 학내 이견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학생들, “취지 공감하나 의견 수렴 없어 유감”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16일 "총 540병상의 생활치료센터를 학생들의 여론 수렴 없이 학내 기숙사에 설치하는 건 유감"이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16일 "총 540병상의 생활치료센터를 학생들의 여론 수렴 없이 학내 기숙사에 설치하는 건 유감"이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실제로 생활치료센터 설치가 유력한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 생활치료센터 활용 방안에 필요성을 느끼며 매우 공감한다”면서도 “본교의 공식적인 공지와 학생들의 여론 수렴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통보는 매우 유감”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또 “정상적인 공지 없이 언론을 통해 학교 상황을 접하고 있다”며 “이는 재학생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학교에 대한 신뢰를 잃는 뼈아픈 일”이라고 지적했다.

 총학생회는 이어 “동계방학 기간에 500여 명이 넘는 학생의 입주가 예정된 상황에서 거주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학생들의 임시 거주지와 교통비를 보장하고 생활에 지장이 없게끔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또 “2학기 기숙사 퇴사일은 22일 정오로 공지돼 있다”며 “학사일정에 맞춘 기숙사 퇴사일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한달 새 폭증한 감염병전담병원 병상가동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한달 새 폭증한 감염병전담병원 병상가동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서울대 또한 서울시 측과 기숙사의 생활치료센터 전환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안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는 16일 “우리 학교도 기숙사 방을 빼야 하는 것인가”, “기숙사에 로스쿨 3학년생들도 있는데 변호사 시험 3주 앞두고 짐 싸게 생겼다” 등의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앞서 생활치료센터 논의가 진전된 서울시립대와 경기대 사례를 거론하며 “마음의 준비할 시간도 안 주는 게 너무하다. 대책도 없이 어떡하느냐”라는 반응도 있었다.

 서울대 측은 기숙사 대신 약 1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호암교수회관을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이다. 생활치료센터는 방마다 샤워실과 화장실을 갖춰야 하는 등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시설 기준에 맞아야 해 적합한 건물을 선정해야 한다는 게 서울대 측의 입장이다. 서울시는 “만약 대학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한다면 최대한 불편함이 없도록 가급적 학교 인근에 대체 숙소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시내 코로나19 확산세가 빨라지면서 병상 가동률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16일 서울 내 신규 확진자는 423명으로 코로나19 사태 후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 경증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9개소 1929병상 중 즉시 가용한 병상은 159개(8.2%)로 처음으로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중증 환자를 위한 감염병전담병원 병상가동률은 86.1%로 이틀 전(76.7%)보다 9.4%포인트 가파르게 올랐다.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은 80개 중 79개가 사용 중이어서 입원 가능 병상은 단 1개가 남아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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