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년 3.2% 성장 전망…정부, “거리두기 3단계 격상시 전망 조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경제가 내년에 3%대 성장률로 복귀할 것이라는 정부 전망이 나왔다. 올해 예상되는 역성장(-1.1%)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회복’이라고 부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마저도 반도체 호황에 기댄 절름발이 성장 형태가 될 전망이다.

정부, 2021년도 경제전망 #기저효과와 반도체 쏠림 속 #4년만에 3%대로 복귀 예상 #코로나 3차 확산 미반영돼 #고용없는 반쪽 회복 우려도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현실화할 경우 실제 성장률은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고용도 경제 회복 속도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상이다. 고용 부진이 이어진다는 얘기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정부가 내년도 성장률을 3.2%로 예상했다. 대전 유성구 나노종합기술원에서 연구원이 12인치 반도체 패턴 웨이퍼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정부가 내년도 성장률을 3.2%로 예상했다. 대전 유성구 나노종합기술원에서 연구원이 12인치 반도체 패턴 웨이퍼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올해 성장률 전망치 -1.1% …22년 만에 역성장 

정부가 17일 내놓은 ‘2021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3.2%다. 지난 6월 전망(3.6%)보다 0.4%포인트 낮췄다. 올해 성장률은 –1.1%로 예상된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이후 22년만의 뒷걸음질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자체의 영향과 방역통제의 반복에 따른 경제충격으로 금년 역성장을 피할 수 없었다”며 “내년 한국 경제는 대내외 여건과 실물흐름, 정책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3.2%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의 근거로 정부는 “글로벌 교역‧반도체 업황 개선, 확장적 거시정책 및 전방위적 활력 제고 노력 등에 힘입어 내수‧수출의 동반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요 기관 성장률 전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주요 기관 성장률 전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OECD, IMF 내년 성장률 2% 후반 예상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를 웃돈 건 2017년(3.2%)이 마지막이다. 22년만의 역성장이 예상되는 올해 상황을 감안하면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인 3%대는 통계적 착시가 크게 반영된 수치다. 그나마 3%대 달성 가능성도 미지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8%)와 국제통화기금(IMF‧2.9%)은 한국의 내년 성장률이 3%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정부가 내놓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가능성을 담지 않았다. 3단계 격상이 현실화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질 경우 내년 성장률이 2.2%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거리두기가 3단계로 상향되면 다소 추가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낙관적”이라며 “경제와 방역이 모두 해외 상황과 맞물려 있는 만큼 해외 환경에 따라 성장률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성장의 질도 양호하지 않다. 반도체에 기댄 측면이 커서다. 정부는 이날 경제전망에 담은 ‘글로벌 반도체 업황 및 우리 경제 영향’에서 “최근 한국의 수출‧투자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과의 동조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큰 비중을 고려하면 반도체 업황 회복이 내년 경기 개선을 상당 부분 견인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내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올해보다 8.4%(이하 전년 동기대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에 12.1% 감소했다가, 올해 5.1% 상승 전환하고 내년에는 오름폭이 커진다는 게 WTST의 예측이다.

내년경제전망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내년경제전망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반도체 힘입어 수출, 투자 개선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내년도 수출은 올해보다 8.6%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봤다. 올해는 전년 대비 6.2% 줄어들 전망이다. 설비투자도 올해 5.8% 늘어난 데 이어 내년에도 4.8%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정부 추산이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과 생산 전체의 20% 정도를 책임진다. 이런 반도체 쏠림 현상이 다른 산업의 부진을 가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반도체 이외의 대부분의 업종은 내년에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4.4% 감소한 민간소비는 내년에 3.5% 증가로 바뀔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하지만 소비에는 변수가 많다. 코로나19 재확산 세가 잦아들지 않으면 소비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추가 소득공제 신설과 같은 소비 진작책도 코로나 19 확산이 멈춰야 작동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코로나19가 안정되고 민간 소비가 늘어나지 못하면 내년 성장은 크게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며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 여력도 제한돼 있어 손쓰기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고용 개선세 더뎌…신규채용 위축 

고용 부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경제전망에 담긴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충격 분석 및 시사점’에서 정부는 “전 세계 경기 위축 및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신규채용 위축으로 청년층은 노동시장 진입 기회마저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용도 경기와 함께 개선되겠지만, 회복 속도는 경기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반도체 업종이 선전하고 있지만 취업유발계수가 낮은 산업인 탓에 고용 회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취업자는 올해보다 15만명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감소 예상폭(-22만명)에도 못 미친다.

내년경제정책주요방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내년경제정책주요방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부와 여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같은 기업 규제 법안이 성장 및 고용 회복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성일 팀장은 “가뜩이나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일부 법안은 기업 경영 활동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면 경제 및 고용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임성빈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