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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 외쳤던 정부, 내년 경제 목표는 ‘회복’…‘도돌이표 계획표’ 썼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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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1년 경제정책방향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1년 경제정책방향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가 5년 차를 맞는 내년 경제정책의 청사진을 그렸다. 최우선 목표는 ‘회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경제를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해법이다. 골골대는 한국 경제에 힘을 불어넣을 치료법은 이미 대부분 썼다. 그나마 잘 들었던 약을 더 써보겠다는 계획이지만 올해의 ‘도돌이표’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2021년 경제정책방향] #‘경제 활력 회복’에 이은 #‘선도형 경제 전환’ 큰 틀 #올해 대책 반복은 한계로

 정부가 17일 경기 부양책과 내년도 성장률 전망을 담은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경제정책방향은 정부가 한 해 경제를 어떻게 운영할지 밝힌 계획표다. 내년 계획표의 큰 틀은 ‘경제회복과 활력 복원’과 ‘선도형 경제로의 전환’이다. 반등에는 실패했지만, 올해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내년 이후의 성장 곡선을 가파르게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더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는 코로나 확산세를 조기에 진정시키고 경제 회복과 반등, 도약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방역이 곧 경제 회복의 대전제인 만큼 국민께서 방역지침 준수와 경제 반등에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올해 못한 반등, 내년에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에도 확장적 경제정책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마중물은 재정이다. 내년 558조원으로 짠 역대 최대 ‘수퍼 예산’이 바탕이다. 돈을 쓰는 대로 효과가 나타나는 공공 일자리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을 앞세워 상반기에 역대 최고 수준(63% 집행)으로 재정을 푼다. 내년 SOC 예산은 올해보다 3조3000억원 늘어난 26조5000억원에 이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최근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한국도 내년 하반기에 상황이 안정되면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핵심 사업이었던 공공·민자·기업 100조원 투자 발굴·집행 프로젝트는 규모를 110조원으로 키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는 100조원 목표를 초과 달성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일자리 안정을 위해 올해 고용이 줄었어도 고용을 유지한 것으로 간주하고 고용증대 세액공제 혜택을 계속 제공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추가 얼마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신용카드 소득공제 추가 얼마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내수 경기를 띄우기 위해 소비도 장려한다. 이를 위해 우선 내년도 신용카드 사용액 중 올해보다 늘어난 만큼에 대해 추가 소득공제를 적용한다. 현재 총급여의 25%를 넘은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해 15%를 공제하는데, 올해보다 내년에 신용카드로 돈을 더 쓰면 늘어난 액수에 대해 10%의 추가 공제율을 적용할 방침이다.

 올해 종료하기로 했던 승용차 개별소비세(개소세) 30% 인하(세율 5→3.5%) 혜택은 내년 6월까지로 연장한다. 인하 한도는 100만원이다.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 사업도 500억원의 재원을 더해 내년 말까지 이어간다. 대상은 전기요금 복지 할인을 받는 저소득층과 다자녀 가구로 제한된다.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효과가 입증된 정책은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소비쿠폰 사업은 온라인 사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방역 상황이 안정되면 해외 관광객도 국내 공항에 착륙해 출국장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소비쿠폰·바우처 지급 내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소비쿠폰·바우처 지급 내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다음 정부로 넘길 과제도 미리 시작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한국판 뉴딜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우선 5세대(5G) 투자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디지털 뉴딜을 본격화한다. 친환경·저탄소 경제 전환을 위한 그린 뉴딜, 2050 탄소중립 전략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딜 사업을 통해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위기 상황인 만큼 당장 급하지 않은 뉴딜 사업은 조금 미루더라도 방역 자원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쏟아낸 대책 ‘도돌이표 계획표’ 

 내년 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대책 상당수가 올해 계획의 되풀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경제 전시상황’을 선언한 정부가 올해 22차례의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각종 대책을 쏟아낸 탓에 유용한 카드가 사실상 없어지며 재탕과 삼탕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내년경제정책주요방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내년경제정책주요방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붕어빵식으로 내년 계획을 만들면 실제 효과보다는 구호만 남을 수밖에 없다”며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만큼이나 위기 상황을 고려한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을 생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 진작 중심인 경기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용카드 추가 공제를 받으려고 올해 안 했던 소비를 내년에 더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개소세 인하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자동차는 자주 바꾸는 상품이 아닌 만큼 이전보다 효과는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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