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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사퇴도 못하게해"...尹 '정직 2개월'에 담긴 계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 대검찰청에 출근 중인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16일 대검찰청에 출근 중인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자신의 정직 2개월에 대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일단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다. 사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6가지 혐의를 밝히며 징계를 청구할 때만 해도 총장 신분을 박탈하는 해임 또는 면직 처분이 나올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징계위원들은 마라톤 회의를 거쳐 정직을, 그것도 1~6개월 중 수위가 낮은 편인 2개월을 선택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왜 하필 ‘정직 2개월’로 결론이 난 것이고, 향후 윤 총장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집행정지 기각 위한 포석?

윤 총장의 정직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은 대법원까지 갈 경우 그의 임기인 이듬해 7월 안에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정직 처분을 멈추는 집행정지 소송이 윤 총장에게 더 중요한 이유다.

집행정지 심문에서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 발생의 우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금전 보상이 불가능하거나 금전보상으로는 사회 통념상 당사자가 참고 견디기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유‧무형의 손해라고 규정한다. 앞서 조미연 부장판사도 집행정지 결정문에 이러한 내용을 담았고, 윤 총장은 일주일 만에 다시 출근할 수 있었다.

윤 총장이 정직을 마치고 돌아오면 약 5개월의 임기가 남는다. 만약 정직 6개월이 결정됐다면 이는 남은 임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사실상 해임과 다를 바 없다. 법원에서 ‘회복할 수 없는 손해’로 인정하기 더 수월하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재가한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직무 수행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기에 굳이 집행정지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현직 판사 “2개월은 참 오묘한 기간”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집행정지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정년이 보장된 일반 검사였다면 정직으로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기는 힘들다. 하지만 검찰총장은 2년의 임기를 갖는 특수성을 띄는 자리다. 2년의 임기 중 정직 2개월로 본다면 이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남은 7개월의 임기 중 2개월로 판단한다면 정직이 갖는 무게감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연초에 예정된 검찰 인사에서 윤 총장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하나의 쟁점이다.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했지만 자신의 측근으로 분류된 이들이 모두 지방으로 좌천됐다면 ‘식물 총장’과 다를 바 없다. 이 역시 회복할 수 없는 손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현직 고법 부장판사는 “정직 2개월은 정말 오묘하다”며 “재판부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커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혐의, 정직 2개월 무게 갖나

법원에서 고려할 수 있는 다른 사항은 징계위가 인정한 윤 총장의 혐의가 과연 정직 2개월에  걸맞냐는 것이다. 징계 사유보다 현저히 과한 처분이라면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지고, 반대로 ‘이 정도 사유면 2개월의 자숙은 필요하다’는 판단이 우세하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행정소송 전문 변호사는 “직무배제 집행정지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법무부에서 징계위를 두 번 열고 대통령까지 재가한 상황이라 형식적 절차는 갖췄다고 볼 수 있어 판사들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퇴도 불가능…할 수 있는 건 소송뿐”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여권에서는 추 장관이 사퇴 의사를 밝히자 윤 총장을 향해서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공무원법상 퇴직을 희망하는 공무원이 파면, 해임, 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사유가 있다면 장관은 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윤 총장의 정직 2개월이 끝나더라도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해 수사 중인 때에도 퇴직할 수 없다. 추 장관은 지난달 26일 대검에 윤 총장의 판사 사찰 의혹을 수사 의뢰했고, 이는 서울고검에 배당되어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윤 총장 사퇴를 불가능하게 만든 게 추 장관”이라며 “윤 총장은 현재 집행정지 소송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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